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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것과 악한 것에 대해

철학적 에세이

선한 것과 악한 것에 대해


다시 선과 악의 문제를 향해 걸음을 걸어간다.

인간은 선이란 당연한 것이며 그래야만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악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하다.

선에 비해서 악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그것은 사회적으로 선이란 너그럽게 받아들여도 되는 것이지만 악은 그렇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체 악의 역할은 무엇이며 악은 왜 있단 말인가.

악은 그냥 있는 것일 뿐일까 아니면 어떤 이유가 있기에 있는 것일까.

악을 만든 것은 누구이며 왜 우리 인간에게 던져 놓은 것일까.

애초부터 악이 생겨나지 않았더라면 인간은 선한 존재로만 살아가게 되지 않았을까.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 악과 선은 동반자임이 분명하지만, 그 존재적 가치를 제대로 인지하기엔 인간이 가진 사고의 끈이 너무나도 짧은 것 같다.

하지만 악에 대한 고민을 품은 채로 선을 따라가다가 보면 한 가지 가설에 도달하게 된다.     

“악은 선을 더욱 밝게 만든 존재이다.”   

  

선의 양지는 악의 음지가 있기에 더욱 밝게 빛나게 되며 선의 온기는 악의 냉기가 있기에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게 된다.

그래서 드라마에서는 누군가가 악한 역할을 담당해야만 선한 이의 역할이 돋보이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에서 또 다른 질문에 빠지게 된다.

“선한 이로 살아가는 것이 더 어려울까, 악한 이로 살아가는 것이 더 어려울까.”

“어쩌면 악과 선은, 인간의 양면성이 발현시킨 것은 아닐까.”     

 

그것을 설계하고 만들어낸 분의 뜻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악이 선을 이끌어낸다면, 악이 선의 역할을 밝혀 준다면, 그 악을 ‘절대적인 악’이라고만은 할 수 없을 수도 있다.

따라서 어떤 것이 악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더라도 그것에 ‘악하다’는 결론을 내리는 행위에는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어떤 악한 것에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그것에 있을 수도 있다.     


선입견에서건 사회적 이유에서건, 악이라 여겼던 그것이 결말에 접어들면서는 선으로 이어지게 된다면, 악이 그런 역할을 어렵사리 수행하였다면, 그것은 ‘악하기는 하지만 꼭 악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 악’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선해야 한다든지, 선한 것이 아름답다든지, 선한 사람이 좋은 사람이다, 라는 식의 입에 발린 말은 누구나가 손쉽게 뱉어낼 수 있으며, 스스로가 스스로를 선한 이로 보이게 하는 표현일 뿐이다.

따라서 선을 수행하는 것은 우리의 생각보다 이기적이고 가식적인 이의 행위일 수 있다.

악은, 그것을 악으로 인지할 때에 선을 향해 나아가게 만드는 수단이 된다.


절대적인 악이란, 악을 악한 것이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것에서 발생한다.

안타깝게도 인간이란, 그것이 분명한데도 그것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세뇌하는, 자기 자신에게 세뇌 당하는, 불가해한 존재이다.

그래서 진정으로 악한 이는 자신이 악을 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선은 ‘이런 것이 선한 것’이라는 고정된 사고에서 벗어나서, 저런 것이 악한 것이기에 그 반대편에 서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에서 비로소 그 시작점을 찍을 수 있게 된다.  

    

혹시 지금껏, 선의 이데올로기에만 매달려 살아온 것은 아닐까. 악이란 게 단지 고개를 돌려 외면할 것만이 아니라, 눈을 마주 봐야 할 삶의 동행인 것은 아닐까.

선과 악을 제대로 구분할 수 있는 인지능력조차 부족한 형국에 어찌 <절대적인 선>과 <절대적인 악>을 논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선하다, 는 말이 결국에는 나는 악하다, 는 말과 닮아 보이는 것은 내가 선하기 때문인 것일까, 악하기 때문인 것일까.

나는 지금 선한 것을 생각하고 선한 일을 행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은 것일까.


세상은 질문으로 가득찬 시공간이며 그 속을 살아가고 있는 인간은 참으로 불가해한 존재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신비로운 존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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