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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선술집의 밤

바닷가 선술집의 밤            


기타 줄 튕기듯 두들겨 대는
젓가락 늘어진 장단에
검은 파도소리 철퍼덕 밀려오면
저녁잠에서 놀라 깨어난 갈매기가
꺽꺽 쉰 목청을 높인다

흑갈색 거뭇거뭇 잘 태운 삼겹살을
김치며 고추 짠지에
마늘 양파 된장 상추 말아
장국물 뚝뚝 떨어뜨리며
한 잎 커다랗게 쑤셔 삼키니

얼큰하게 취기 오른 큰 트림 같은
먼바다의 뱃고동 소리가
비릿한 바닷바람에 저만치 쓸려간다

(고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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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떨어진 낮 하늘이 이내 뿌옇게 흐려진다. 물기 빼낸 마른 안개일까. 그러고 보니 눈 가린 그 버석한 뿌염이 도시의 안개나, 삶의 안개나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저 이유 없이 돌아다니던 바닷가, 낡은 선술집에라도 나가봐야겠다. 행여 손님 없어 졸고 있을 늙은 이모님 깨워, 살찐 목쉰 갈매기 끼룩거림을 늘씬한 걸그룹 노래 삼아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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