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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을 나기, 늦은 산책길에서

다시 가을 나기, 늦은 산책길에서

                            

낙엽의 궤적을 쫓아

생각 한 움큼 뚝, 떨어진다


때 지난 후에야 알게 된다

삶이란 건 

아무리 진지하게 살아간다 한들

물기 털어낸 낙엽의

희극일 뿐이라는 걸


바스락 바람 소리에도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는 것이

어쩌지,

다시 가을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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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쯤에서 서성이고 있는 것만 같더니 가을이, 어느새 깊어지고 있다. 

무심히 뚝 떨어진 기온과 왠지 모를 날 선 바람을 맞으며, 아직은 물기 털어내지 못한 나뭇잎들이 쓸려다니고 있다.

가을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혼자서 깊어간다. 

가을날의 사색은 뫼비우스의 궤적 같은 선을 따라 떨어져 내리고 다시 오르길 반복하지만 늘 같은 자리를 맴돌 뿐이다.  

그리고 보니 시지프스가 오르내리던 그 산길이나 가을날의 행로나, 스스로가 찾아들어선 형벌의 길은 아닐까.


2023_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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