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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차를 마시는 아침

황차를 마시는 아침

      

황토 빛 호수 바람

선잠 깬 얼굴을 쓰다듬고,


동쪽 먼 산자락

구름에 가린 첫 태양은

남도 들녘 청보리밭 두렁에

황금빛 노을 뉘엿뉘엿 걸렸다가

금세 고개 뚝 떨구듯

이내 제 볼 빨갛게 달아오른다


쌀쌀함에 떨며 몸 일으키니

이슬 가득 머금은 황토가

고무신 걸음마다

질척이며 엉켜 붙는다


누런 황차를 잔 가득 채운다

황톳빛 호수에 갇힌 바람소리가

무명한 찻잔에 갇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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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차로 간 밤의 혼몽에서 깨어나려는 짓이 외려 차안과 피안의 혼동에 빠져들게 한다.

아침 해는 흐린 날씨 탓에 떠오르지 않았지만, 황차의 고운 향에 실려 동쪽 산 위에 높이 걸려있다.

하긴 동쪽 하늘을 떠오르는 해나 서쪽 하늘을 내려서는 해나, 그리 다를 바 없으니 이 싸늘함이 아침의 혼곤함 때문인지 저녁의 피로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젊은 날, 틈만 나면 돌아다니던 남도의 황토 들판, 그 붉음을 황차에 우려낸다.

따뜻한 차 한 모금으로 입 적시고 청보리 풀피리 한 곡조 뽑아내면 자잘하게 희롱하는 황토바람에 금세 깨어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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