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분이 가셨단다. 10월 10일. 가을의 초입에.
학창시절 참 좋아했던 시인이다.
그분의 시 중에서 <너를 위하여>는 치기 어린 연애 때마다 문자와 목소리로 써먹곤 했다.
또박또박 편지지에 옮겨 쓰기 시작한 것이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였으니 그 횟수를 모두 기억하기는 어렵겠다.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 가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
그래서 가을에 떠나기를 원하셨나 보다.
마지막까지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되시도록.
-김남조-
나의 밤 기도는
길고
한 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가만히 눈뜨는 건
믿을 수 없을 만치의
축원,
갓 피어난 빛으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
내 사람아
쓸쓸히 검은 머리 풀고 누워도
이적지 못 가져 본
너그러운 사랑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 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
나의 사람아
눈이 내리는
먼 하늘에
달무리 보듯 너를 본다
오직 너를 위하여
모든 것에 이름이 있고
기쁨이 있단다
나의 사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