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sed.2023.10.16
언플러그드 통기타가 퉁겨내는
툭박진 노래 장단을
한 없이 게우는 그 바다
걸쭉한 막걸리 한 사발에
짙은 유화 물감 이겨 바른
오래된 그림 액자 같은 그 바다
저마다 발길 돌린 저녁이면
마중보단 배웅이란 말이
입가에 수이 맴돌게 하는
그 바다, 서해
물결 밀려가듯
젊은 날의 초상을
떠나보내고 싶은 날
검은 뻘의 그 바다,
서해에 선다
망망한 파도소리에
슬쩍 고개 내민
하늘빛과 바다빛의 경계에서는
코발트 색 추억 하나가
푸르르 몸을 떨고 있다
- 고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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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노트)
젊은 날의 서해는 사람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바다였다.
질펀한 장바닥 같은 갯벌을
어기적어기적 돌아다니다가 보면,
이빨 빠진 허연 사발에 넘치도록 채운
걸쭉한 막걸리를 한 잔 쭉 들이켜고 나서
구부러진 은회색 젓가락으로 집어 올린
잘 삭은 멸치 육젓이 뿜어내는
쿰쿰하고 비릿한 향기에 취할 수 있었다.
저녁 무렵까지 그 자리에 퍼질러 앉아 있노라면
이내 밤이 오고, 별이 뜨고, 달이 머리 위에 걸렸다.
누군가 부르는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아 뒤돌아보면
빈 바람 혼자서만 가만히 손짓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