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sed.2023.10.16
별빛이 뿜어낸
반짝반짝 싱그러운 향기에
달빛마저 물들었나 보다
안개꽃 잎사귀처럼 총총하던 기억들은
저기 먼 별무리 속으로
기어이 기어들어 버리고
기억하는 이 없이 홀로 남겨진
지난 계절의 조각들만이
밤하늘을 지키고 있나 보다
별 마을 가는 길의 별들은
모두
한 곳을 향해 반짝이고 있으니
행여 길 잃을 걱정일랑은 없겠다
별 마을 가늘 길에선
하늘을 올려 보지 않아도 된다
별은 언제나 그 자리에
내려앉아 있으니
- 고일석(Dr. Franz 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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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노트)
보현산 낮은 자락에 새 둥지 같은 터를 옹기종기 잡은 별 마을,
그곳에선 누구나 글쟁이가, 화쟁이가, 감성쟁이가 된다.
여러 해 전 그날,
어쩌면 구름 낀 하늘 탓에, 별을 보지는 못했을 것 같은 그날,
어찌어찌 찾아간 별마을에선
별을 잡으려 애쓸 필요 따위는 없었다.
앞집 철수가,
뒷집 순이가,
서재와 화실에 잡아 둔 별을 뒤적뒤적 찾아내면 되었기에,
밤하늘의 별일랑은 마음으로 바라보면 될 뿐이었다.
지금도 그곳 별마을에선,
누군가의 가슴에 내려앉은 별이
늦여름밤 풀벌레의 소란처럼
가을밤 낙엽의 속삭임처럼
수선수선 반짝이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