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선다면서, 내려놓는다면서 자꾸 뒤를 돌아보는 것은 또 다른 죄업을 쌓는 일이다.
아직 다 내려서지 못한 채로 그곳을 바라보는 것은, 산에서 산을 바라보면서 산을 얘기하는 것이나, 바다에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바다를 말하는 것과 다를 바 하나 없는 일이다.
아직 내려오는 길이라면, 아무런 말 없이, 아무런 핑계 없이 그냥 앞만 보면서 길을 걸어야 한다.
내린다는 것은 아직 내릴 것이 남아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내린다는 것은 내리고 있다는 것이기는 하지만 아직 그것을 부여잡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린다는 것을 말로 하는 것은 한낱 어리석은 변명일 뿐이고 누구도 자신의 것을 내리지 못하고, 자신의 자리에서 자의적으로는 내려서지 못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