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모든 사물들은 저마다의 소리를 갖고 있는 법이다.
형체를 지니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그것들은 고유한 떨림을 통해 자신의 소리를 끊임없이 뿜어내려고 하고 있다.
사람의 경우에는 그것이 조금 특별하다.
사람에겐 2가지의 소리를 뿜어낼 수 있는 신비로운 능력이 있다.
그중에 하나는 목청의 떨림을 통해 뿜어지는 <신체적 소리>이고, 또 다른 하나는 지혜의 울림을 통해 발현되는 <영혼의 소리>이다.
신체의 소리인 목소리는 물리적인 타고남에 의해 그 형태와 질이 결정되지만 영혼의 소리는 그것과는 다른 방식을 따르고 있다.
그것은 지혜란 사람의 노력에 의해 더해질 수 있고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글이란 지혜의 울림이 언어라는 도구를 수단 삼아 현세하게 만드는 영적 행위의 결과물이다.
물안(物眼, 육체의 눈)을 통해 투사된 것들과 심안(心眼, 마음의 눈)을 통해 습득한 것들이 영안(靈眼, 영혼의 눈)을 통해 다듬어지고 닦아져서 활자를 빌어 나타나게 만드는 행위가 글쓰기이다.
그래서 결국 글은 그것을 쓰는 사람의 <영혼의 소리>이고, 운율을 맞추어 잘 다듬어진 글은 쓰는 이의 <영혼의 노래>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진청의 밤하늘에, 등 굽은 칼을 닮은 초승달이 희뿌옇게 걸려, 주변을 장식하고 있는 별들과 그것들을 푼고 있는 어둠을 하나의 심오한 정경으로 만들고야 마는 은밀한 행위, 기억의 한편을 뒤적이다가 별빛과 달빛이 반짝이는 밤의 강물 저 멀리에서 싸늘하게 식어버린 채 잊혀 있던 추억에 온기를 가만히 불어넣는 행위가 글쓰기이며, 이윽고 만난 검은 숲의 입구에서 걸음을 주저하게는 되지만 결국에는 영혼의 소리를 따라 그 안에 발을 디디고야마는 이성을 넘어선 초이성적인 행위가 글을 쓴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