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발리스의 <헌시>는 그의 <푸른 꽃>(<파란 꽃>) 도입부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으로 노발리스가 사랑했던 약혼녀 소피에게 헌사한(바친) 시(詩, poem)이다.
노발리스의 <푸른 꽃>은 헤르만 헷세가 극찬한 작품이다. 헤르만 헷세와 노발리스의 접점이 <푸른 꽃>에 뿌리내리고 있는 셈이다.
<헌시>의 내용과 배경을 이해하려 노력은 <노발리스 문학>의 발원지를 찾아가는 여정과도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노발리스는 독일 낭만주의 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이며 소설집 <푸른 꽃>은 시집 <밤의 찬가>와 함께 그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노발리스는 채 스물아홉이 되지 못한 나이에 요절한 작가이며 <푸른 꽃>에 붙어 있는 ‘미완’이라는 수식어는 <푸른 꽃>뿐만이 아니라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문학애호가들의 호기심을 더욱 증가시키고 하다.
노발리스의 <헌시>는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를 향해 바친 헌사(獻辭/獻詞) 시이다. 그래서 저자가 소장 중인 1978년 판 <파란꽃>(문예출판사, 김주연 역, 초판본)에서는 이 시에게 <헌시>라는 제목 대신 <헌사>라는 제목을 붙이고 있다. 이 책의 역자인 김주연 교수는 서울대학교와 독일 프라이불크대학에서 독일문학을 전공하고 숙명여자대학교에서 독일문학과 교수로 재직한 저명한 독문학자이자 문학비평가이다.
저자의 서재에는 이 번역판 이외에도 1951년 독일의 뮌헨(München) [Leo Lehnen Verlag]에서 발간한 독일어판 <NOVALIS - Der Dichter Der Blauen Blume>(노발리스 - 푸른 꽃의 시인) 또한 소장하고 있다. 이 책의 표지 문구처럼 노발리스는 철학자나 소설가가 아닌, 시인이란 이름으로 불려지기를 원했을 것이다.
저자가 소장 중인 1951판 <노발리스 - 푸른 꽃의 시인>
<NOVALIS - Der Dichter Der Blauen Blume>, München, Leo Lehnen Verlag
<헌시>에서 말하는 ‘그대’, ‘나의 뮤즈’는 '사랑하는 여인'을 총칭한다고 할 수 있지만, 노발리스의 삶과 사랑을 알고 있는 이라면, 실제로는 노발리스가 사랑했던 소녀인 <소피 폰 퀸>을 지칭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노발리스의 문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십 대의 청년 노발리스와 십 대의 어린 소녀 소피의 만남에서부터 그녀의 병사로 인한 비극적인 헤어짐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물 두 살의 청년 노발리스(1772년 5월 2일 생)가 열두 살의 어린 소녀 소피(1782년 5월 생)를 만난 것은 1794년 11월 17일이다. 그해 11월 8일에 덴슈테트 구청에 행정관 시보로 취직한 노발리스는, 출근 후 9일째가 되던 11월 17일에 공무로 출장을 나갔다가 기병대 대위인 요한 폰 록텐티인의 집에서 그의 의붓딸인 소피 폰 퀸을 만났다. 소피는 당시 12세(정확하게는 12년 6개월)의 어린 소녀였다.
노발리스는 1772년 5월 2일 생이기에 소피를 만난 1794년 11월 17일 당시 스물둘(약 22년 6개월)이었다. 나이로 보면 소피와 노발리스에게는 약 10년이라는 차이가 있었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다음 해인 1795년 3월에 약혼을 하였다. 하지만 1795년 - 1796년 경에 소피에게 병이 발병하였고 소피는 결국 1797년 3월에 사망하였다.
슬픔에 빠져 소피의 묘지를 찾은 노발리스에게 1797년 5월 13일 소피의 환영이 나타났다. 이날의 일에 대해 관련 문헌들에서는 "노발리스가 소피의 환영을 만났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저자는 "노발리스가 소피의 환영을 불러내었다."는 표현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노발리스다 소피의 환영을 불러낸 것에 대해서는, 간절히 원하는 어떤 일이 아주 가끔은 기적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상기해 보는 것도 좋겠다.
이날의 체험은 우주 특별하면서도 신비로워서 3년 후인 1800년에 발표한 장시(長詩)인 <밤의 찬가>의 주제가 된다. <푸른 꽃>은 <밤의 찬가>를 발표하기 한 해 전인 1799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노발리스는 그의 대표작인 <푸른 꽃>과 <밤의 찬가>를 1년 간격으로 발표하고 나서 1801년 3월 28일에 사망하였다.
"노발리스는 소피를 이야기를 할 때마다 시인이 되었다."는 말을 통해 그녀를 향한 노발리스의 사랑이 얼마나 깊고 뜨거웠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노발리스의 뮤즈 소피는 안타깝게도 1797년 3월에, 약 14세 10개월이란 짧은 삶을 뒤로하고 세상을 떠났다.
노발리스는 소피가 사망한 지 3년이 지난 1801년에, 하필이면 소피가 사망한 것과 같은 달인 3월에 세상을 떠났다. 노발리스의 사망 원인이 소피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낭만주의자 노발리스를 기리는 이들 중에 소피에 대한 그리움이 노발리스가 요절한 원인일 수 있다고 여기는 것에 대해, 단지 억측일 뿐이라고 말하기에도 어렵다.
<푸른 꽃>은 문장마다 ‘시 문학’이 스며들어 있는 동화와도 같은 소설이다. 철학자로서 노발리스는, 인간 영혼의 저변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진정한 자아]이며, 그것은 무한한 것이며 우주라고 여겼다. 또한 그것의 비밀을 캐내어 문장으로 표현한 것이 시(詩)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노발리스의 시선에서는, 진정한 문학가란 진정한 자아를 깨달아 가는 자이며, 그것을 통해 세상과 우주의 법칙을 깨쳐 가는 자이며, 그것을 위해서는 시인이면서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고 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은 노발리스에게는 ‘시에 의해 창조된 세상’이 실재(實在)라고 할 수 있으며, 보다 높은 단계이기 때문이다. 즉, 노발리스에게 실재란,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이면서 형이상학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푸른 꽃>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하인리히>라는 청년이 삶과 예술의 스승들을 만나 시인으로 거듭나게 되는 성장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여행 중 그의 뮤즈인 <마틸데>를 만나는 것도 큰 줄거리다.
<푸른 꽃>의 문장과 내용은 시적이고 몽환적이다. 시적이라는 것과 몽환적이라는 것의 경계는 노발리스의 문학에서는 그 의미를 잃어버린다. 그래서 <푸른 꽃>을 읽다가 보면 "문학이 깊어질수록 점점 시적이 된다."는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산문의 형태로 쓰여 있지만 내용 상으로는 운문의 결이 느껴지는 <푸른 꽃>에서 문장 하나를 길어와 봐도 좋을 것 같다.
//꿈이라는 것은, 우리의 가슴에 수천의 주름을 드리우고 있는 비밀스러운 커튼에 살짝 나 있는 미세한 틈이 아닐까요.//
또한 ‘진실한 마음과 빛’의 관계에 대해, 연인에게 속삭이는 듯 서술한 다음의 문장을 통해서는 노발리스가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영향을 준 것이 아닐까, 인상주의 화풍의 심연에는 노발리스의 낭만주의가 깔려 있는 게 아닐까,는 생각을 하게 한다.
//진실한 마음이란 빛과도 같은 거야. 빛처럼 차분하면서도 예민하고, 빛처럼 유연하면서도 모든 것에 깊이 스며들 수 있어, 인간이 빛을 볼 수는 없지만 빛은 자연을 이루고 있는 소중한 요소인 것처럼 말이야. 빛은 정교하면서도 한결같이 고르게 나뉘어서 사물들을 매력적이면서도 다양한 모습으로 보이게 만들고 있어.//
<푸른 꽃>의 도입부는 노발리스의 약혼자 소피에게 바친 <헌시>가 장식하고 있다. 이 시는 <푸른 꽃>을 읽기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읽게 되고, 다 읽은 후에도 다시 읽게 만드는 매력을 갖고 있다. 낭만주의자 노발리스에게 있어 사랑은 그런 것이었을 것이다. 오직 한 사람만을 바라보게 되는, 그 사람 외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되는, 그래서 자신의 인생 전부를 걸게 되는.
<푸른 꽃>의 헌시에서 노발리스는 “그대는 내 가슴속에 고귀한 충동을 일으켜 내게 드넓은 세계의 깊은 속을 보여주었네.”라고 노래하며 그의 뮤즈인 소피를 찬미한다.
원문 중에 행마다 연이어 나타나는 지시대명사와 고유명사 등은 감상의 흐름을 위해 생략 또는 약간의 의역이 있었음을 밝힌다. 사실 운문인 시를 번역하는 것은 번역하는 이의 문학적 성향과 문체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낭만주의자 노발리스가 사랑하는 약혼녀인 소피에게 받친 시라는 것을 읽는 이의 감상 중심에 놓는다면, 자신의 사랑 경험이 반영된 낭만적인 사연 한 편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노발리스
그대는 내 가슴에 고귀한 충동을 일으켜
깊고 넓은 세상을 보여주었고
그대가 내민 믿음의 손을 잡은 나는
거대한 폭풍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게 되었지
그대의 예지능력은 한 소년을 돌보았고
환상의 초원으로 데려갔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인 그대는
그 소년의 가슴을 뛰게 하였지
이 가슴과 삶은 영원히 그대의 것이고
당신의 사랑만이 이 세상에서 유일한 나의 은신처인데
나는 어찌하여 이 지상의 고통에 매달리고 있는 것인지
이제 그대를 위하여 이 노래를 부르리라
그대 나의 아름다운 사랑이여
부디 나의 뮤즈가 되어
내 노래의 조용한 수호자가 되어주오
지상에서 우리는 노래의 힘을 느끼고
그것은 끝나지 않을 평화가 되어
저기 먼 나라를 축복하고
젊음의 힘이 되어 우릴 감싸리라
노래의 힘은 우리의 눈을 찬란한 빛으로 가득 채워
예술의 아름다움을 내려주었고
언제나 마음을 경건하게 해 주었지
벅찬 노래의 감정은 나에게 힘을 주어
노래로 인해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도록 하였고
또한 화사하게 고개 들 수 있도록 해주었지
나의 예민한 감각이 달콤한 잠에 잠겼을 때
노래의 천사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지
잠에서 깨어난 나는
그 천사의 품에 안겨 날아오르고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