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그리고 캠퍼스 시절 좋아했던 밥딜런, 통기타를 튕기며 읊조렸던 그의 노래는 어떠한 변명도 통하지 않을 것 같은 성전이었다. 오래전, 스물의 시간, 어느 구석진 공간 한 편에 써두었던 그에 대한 시를 오늘 끄집어 올린다. 음악은 문학이다. 밥 딜런, 그는 시인이다.
원시적인 그의 읊조림은
태초 언어의 내적 혼돈 속에서
입 밖으로 튀어 나간
그 만의 기도 소리야
그것은 인간이기에 허락받은
유일한 신의 선물이지만,
이성으로 막아선 서툰 삶이
감성의 상상조차 허락하지 않는
걸음 온전치 못한 이에겐
그저 거친 반항처럼 들리기도 해
귀로만 음악을 들으려 하지마
그의 목소리에 실린 글의 무늬는
몸 낮춘 인간의 진한 살 내음이고
비로소 눈을 열게 하는
음악의 벌거벗은 하얀 속살이야
꾸밈 많아야만 살아가는 이곳에서
목젖 떨림만으로 끌려 나온 그의 소리는
스스로 떠나 온 이데아에 버려둔
존재조차 잊어버린 막연한 흔적을 찾아
여정 없이 떠난 긴 항해 길,
밤하늘에 희미하게 새겨진 별 빛 하나야
망망한 바다를 건너
어느 이국의 항구를 배회하는 어느 날,
시간은 하릴없이 흐르고
바다 비린내 질펀한 바닥에 철퍼덕 앉아
싸구려 병에 반쯤 담긴
향 독한 럼주의 긴 주둥이를 입에 물 때
그의 소리는
비릿한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달 빛 아래에서
파도 철썩이는 부두에 혼자 묶인 뱃전에
삐걱이는 물거품으로 부서지지
난 오늘도 그의 노래를 느껴
이 노래는 항해의 긴 뱃고동이고
성전에 울리는 찬양이며,
가끔씩 따져가며 밤새워 갈 길을 묻는
그만의 거칠지만 간절한 기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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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 '십 대'라는 표식이 나의 몸에 부적같이 붙어있었던 때, 그의 음악을 처음 느꼈다.
거친 시골길을 창 넓은 밀짚모자 눌러쓰고, 엉덩이 붙인 경운기 손잡이에 힘을 가해, 길 없는 들판을 털털거리며 달리는 듯한 그의 꺼글함은, 말을 잃게 하는 충격이었고 말투 투박하지만 피부결 보드라운 시골 계집 같은 신선함이었다.
삶의 시간이 더해져 갈수록 그의 목소리는 바람 없는 이니스프리의 호도, 깊은 물속에 던져진 미끼 없는 낚시 바늘처럼 몸을 잠기운 채 계절을 유영하며 긴 시간을 함께하는 가족처럼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