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뉴욕, 맨해튼 스케치

뉴욕, 맨해튼 스케치     


건물과 건물 사이에 난 폭 좁은 스트리트는 자동차와 사람으로 북적이는 시골 마을 큰 장터 같다. 

목청을 한껏 높인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는 어린 사내놈의 갑작스러운 장난질과도 같아서 그저 대수롭지 않은 일인 양 여겨진다. 

길을 걷다 불쑥 마주치는 정체 모를 수증기 뭉치는 도시 호수에 피어나는 늦은 오후의 물안개인 듯 그리 신경 쓰이지 않는다.


건널목 신호등의 색상 변화는 단지 한번 더 두리번거리라는 메시지라서 저마다의 때에 맞추어 제 알아 길을 건너가면 된다. 

보행자보다 더 느리게 움직이는 자동차에 갇혀 안 될 것을 알면서도 클랙슨을 눌러대는 운전자의 표정이 크게 안쓰럽지는 않다.


꼬질꼬질한 손을 당당하게 들이미는 홈리스와 마주칠 때면 가로등 없는 뒷골목 입구에 들어선 듯 걸음을 멈칫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굳이 돌아가지는 않는다.      

이곳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뉴욕, 그중에서도 맨해튼이다. 


이곳은 하늘 아래에 웅크려 쌓아 놓은 조막만 한 마을이기도 하고 땅 위에 커다랗게 솟아오른 콘크리트의 성채이기도 하다. 

이곳에선 사람의 체온에 옷깃을 풀어헤치다가도 콘크리트의 차가움에 이내 옷깃을 여미게 된다. 

이곳을 불어 가는 바람은 다정한 연인처럼 속삭이다가도 한순간 겨울바람의 울음처럼 냉랭해지기도 한다.


맨해튼은 콘크리트 더미를 살아가는 도시의 하루도 진정으로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신기한 도시이다. 

이곳에선 바쁜 뉴요커들의 걸음과 느긋한 여행자들의 두리번거림이 서로 각을 세운 모서리처럼 대조를 이루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같은 풍경화 속에 나란히 그려진 일상과도 같아서 편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방인은 뉴요커의 꿈을 꾸지만 뉴요커는 이방인의 삶을 살아가는 이상한 도시가 이곳 맨해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뉴욕이야기, 뉴욕을 읽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