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보의 시집

랭보의 시집


현실의 계절에서

사랑이라는 날카로운 신앙에

가슴 베이고 영혼 찢긴 이,


세상의 끝에 홀로 서서

눈시울 적시며 살아가던 외로운 이가

가만히 첫 장을 넘긴다


이곳은 그에게만 안배된 망명지이기에

문은 오직 그를 향해 열려 있다

이곳에서 그는

일체의 도덕에서 면죄된다


바람은 스스로 흐르고

바다는 스스로 노래한다

이곳의 구름 그늘 아래에서

그의 은신은 깊어진다

진작부터 그의 시간은

책장과 책장을 부유하고 있었지만

이제야 텍스트를 더듬게 되었다


끼익 단말마를 뿜으며 문이 닫힌다

상실의 망령이 문밖을 지키고 있기에

그 아픔을 더는 감당할 수 없기에

그는 결코 이곳을 떠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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