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바조의 이름에 대해
또한 예술사학자 중에는 미켈란젤로(Michelangelo)였던 그의 이름이 카라바조라는 지명으로 불리게 된 것은 르네상스시대를 풍미했던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Michelangelo Buonarroti, 1475-1564)와 이름으로 인한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견해를 피력하는 이들이 있다.
미켈란젤로 부오나르티는 <피에타>와 <다비드 상>을 조각하였고, 로마 교황청의 <시스티나 채플 천장화>를 그린 르네상스시대 최고의 천재 예술가 중에 한 명이다.
그와 카라바조(미켈란젤로 메리시)의 이름이 ‘미켈란젤로’로 동일했기 때문에, 타의에 의해, ‘카라바조 출신의 미켈란젤로’(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에서 ‘미켈란젤로’라는 이름 부분을 떼어내고 그냥 ‘카라바조’라고만 불리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문헌들에 실린 그들의 견해이다.
미켈란젤로라는 이름에 대해
미켈란젤로(Michelangelo)는 히브리어 이름(Hebrew name) 미카엘(Michael, 신을 닮은 자)과 그리스어 이름 안젤로(Angelo, 메신저, messenger)의 합성어로 이탈리아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미켈란젤로라는 이름에는 ‘신의 메신저’라는 성스러운 의미가 담겨 있기에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갓 태어난 남자아기를 축복하는 의미에서 흔히 붙이던 이름이었다.
카라바조(29 September 1571 – 18 July 1610)는 16세기 후반에 태어나서 17세기 초까지 활동한 화가이다.
이 시대가 비록 중세를 지나 근세에 들어섰다고는 하지만 기독교가 아직까지는 세상과 삶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었기에 그랬을 만도 하다.
카라바조의 이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카라바조의 아버지인 페르모 메리시의 직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카라바조의 아버지 페르모 메리시는 밀라노에서 북동쪽으로 약 4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베르가모(Bergamo)의 남쪽 타운인 카라바조(Caravaggio)에서 유력한 귀족(후작, Marchese) 가문의 집안을 관리하는 건축 장식가(Architect Decorator)이자 가정 관리인(Household Administrator)이었다고 전한다.
즉 카라바조의 아버지 페르모 메리시는 귀족의 집안을 관리하는 관리인이긴 했지만 건축과 실내장식에 조예가 깊었다는 말이다.
따라서 카라바조의 아버지가 일찍부터 미켈란젤로 부오나르티의 작품들을 접하면서 감명을 받았을 수 있으며 또는 어떤 식으로든 그것에 대해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첫째 아들인 카라바조가 미켈란젤로 부오나르티와 같은 위대한 예술가가 되라는 축복의 염원에서 미켈란젤로라는 이름을 붙였을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카라바조가 자신의 자의에 의해서 미켈란젤로라는 이름을 떼어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에도 이름으로 사람을 놀리는 것은 흔한 일이다.
특히 이름이 위대한 누군가와 같을 경우, 비아냥거리는 의미에서 “이름이 아깝다.”라거나 “이름값도 못하는 놈”과 같은 식으로 놀리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며, 특히 십 대의 남자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그러한 경향이 더 심하며, 카라바조가 살았던 당시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일반인이라면 그렇지 않았을 것이지만, 일단 화가의 길에 들어선 이상에는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부오나르티와 이름이 같다는 것은, 결국에 카라바조는 그와 같은 또는 그 이상의 위대한 화가가 되었지만, 갓 도제생활을 시작한 카라바조에게는 화실 동료들의 놀림 이상으로 커다란 심적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당시 화실에서 도제생활은 하고 있던 구성원들 대부분이 청소년기의 남자들이었을 테니 그 상황을 그려보기에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점을 통해 카라바조 자신이 미켈란젤로라는 이름을 떼어내었다고 볼 수 있게 된다.
또는 미켈란젤로 부오나르티를 존경하는 의미에서 의도적으로 미켈란젤로라는 이름을 피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대의 스포츠 경기에서 위대한 선수의 등번호를 영구 결번시키는 것 또한 같은 유래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이 경우 또한 타의에 의해서 또는 자의에 의해서 미켈란젤로라는 이름을 떼어냈을 수 있게 된다.
결국 위에서 기술한 어떠한 경우에도 카라바조가, 자신의 이름 미켈란젤로를 떼어낸 것은 르네상스시대의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부오나르티와의 겹침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대해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볼 사항은 “카라바조는 미켈란젤로라는 자신의 이름을 어떻게 생각했을까.”하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건 결코 한결같지 않다.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은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을 증거하는 사람의 기본 속성이다.
카라바조는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부오나르티와 이름이 같다는 것을 때로는 자랑스럽게도 때로는 부끄럽게도 여겼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