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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의 <그리스도의 매장>과 시모네 페테르자노

카라바조의 <그리스도의 매장>과 시모네 페테르자노의 <그리스도의 매장>

카라바조의 <그리스도의 매장>과 시모네 페테르자노의 <그리스도의 매장>


다음으로 살펴볼 작품은 시몬네 페테르자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도의 매장>(1583–1584, Church of San Fedele, Milan)이다.

밀라노의 [성페데레성당](Church of San Fedele)이 소장하고 있는 시몬네 페테르자노의 <그리스도의 매장>과 로마의 [바티칸 미술관] 내에 있는 [바티칸 피나코데카]*에서 소장하고 있는 카라바조의 <그리스도의 매장>(1602‑1604, Vatican Pinacoteca, Vatican Museum)의 비교 감상을 통해 스승과 제자 사이인 이들 두 화가의 회화적 특징을 들여다보는 것은, 카라바조의 예술을 이해하는 것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일이다.


/* Vatican Pinacoteca(바티칸 피나코테카)는 바티칸 미술관(Vatican Museums) 내에 위치한 회화예술작품 갤러리(그림 전시관)이다. 1932년에(현 위치를 기준으로) 설립되었으며 유럽 회화예술사에서 중요한 여러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세계적인 미술관 중에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카라바조(Caravaggio)의 <그리스도의 매장>(The Entombment of Christ)은 이곳 바티칸 피나코테카 내의 17세기실(Secolo XVII)의 12번 전시룸(Sala XII, 방 12)에 전시되어 있다.


특히 제8실(Room VIII, 16세기 회화실)라파엘로(Raphael, Raffaello Sanzio da Urbino, 1483–1520)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16세기 최고의 회화작품들을 전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바티칸 피나코테카가 소장하고 있는 라파엘로의 작품들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The Transfiguration>(1518‑1520, 변형(變形), 또는 그리스도의 변형, 그리스도의 변모): 라파엘로가 사망(1520년)하기 바로 직전에 완성한 그의 걸작 중에 하나로 평가되며, 상단에는 예수의 변형, 하단에는 귀신 들린 소년을 고치는 사도가 등장하는 이야기가 대조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Madonna of Foligno>(cc.1511‑1512, 폴리뇨의 성모): 하늘의 둥근 빛 안에 떠 있는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가 그림의 중심에 있다. 이들은 구름 위에 부유하며, 하늘과 인간 세상의 중재자로 나타난다. 중앙의 작은 천사는 땅과 하늘의 주 세계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아래에는 기도하는 후원자들과 성인들이 배치되어 있다. 색채가 아름답고 하늘과 인물 간의 대비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The Coronation of the Virgin>(1502‑1504, 성모 마리아의 왕관식, 또는 Oddi Altarpiece): 페루자(Perugia)의 Oddi 일가를 위해 그려진 작품으로, 하늘에서는 성모 마리아가 예수로부터 왕관을 받고 있고 땅에서는 사도들이 빈 무덤을 둘러싸고 이를 올려다보는 형태로 구성으로 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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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tican Pinacoteca(바티칸 피나코테카)의 제8실(Room VIII) 전경

좌측 벽면에는 라파엘로의 세 작품 <폴리뇨의 성모>(Madonna of Foligno), <그리스도의 변형>(The Transfiguration), <성모 마리아의 왕관식>(The Coronation of the Virgin)이 순서대로 전시되어 있다.



<그리스도의 매장>이라는 주제에 대해


시몬네 페테르자노의 <그리스도의 매장>과 카라바조의 <그리스도의 매장>에서 첫눈에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은, 두 작품 모두 ‘그리스도의 매장’이라는 동일한 주제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십자가에 매달려 있던 예수 그리스도의 시신이 땅으로 내려지는 장면’을 묘사한 그리스도의 매장이라는 주제는 중세와 근세에서뿐만이 아니라 근대와 현대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종교화(성화)에 있어 가장 인기 있는 주제 중에 하나이다.

인기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얘기이다.


따라서 이들 두 작품의 주제가 동일하다는 것과, 시모네 페테르자노의 <그리스도의 매장>(1583–1584)이 카라바조의 <그리스도의 매장>(1602‑1604)보다 약 이십여 년 먼저 그려졌다는 이유로 인해, 카라바조의 <그리스도의 매장>이 시모네 페테르자노의 <그리스도의 매장>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는 말하기는 어렵다.


시모네 페테르자노에게 <그리스도의 매장>을 의뢰한 것은 밀라노의 [성페데레성당]이며 카라바조에게 작품을 의뢰한 것에는 로마의 교황청 [바티칸]이다.

결과적으로 이들 두 작품을 의뢰한 것은 모두 가톨릭교회인 것이다.

또한 <그리스도의 매장>이 당시에도 가장 인기 있는 주제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들 두 작품의 주제가 동일한 것은 시대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 일뿐이라고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들 두 작품은 그림의 주제나 크기, 제작연도와 같은 외적인 것들 보다는 그림의 구성과 화풍 같은 내적인 것에 중점을 두고 감상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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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네 페테르자노의 <그리스도의 매장>

Deposition of Christ(Entombment of Christ)

Church of San Fedele, Milan, 1583–1584. 290×185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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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의 <그리스도의 매장>

Deposition of Christ(Entombment of Christ)

1602‑1604, 300×203cm, 바티칸 피나코데카(Vatican Pinacote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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