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매장: 제자 카라바조와 스승 시모네 페테르자노의 작품 비교
시모네 페테르자노의 <그리스도의 매장>
Deposition of Christ(Entombment of Christ)
Church of San Fedele, Milan, 1583–1584. 290×185 cm
카라바조의 <그리스도의 매장>
Deposition of Christ(Entombment of Christ)
1602‑1604, 300×203cm, 바티칸 피나코데카(Vatican Pinacoteca)
시모네 페테르자노의 <그리스도의 매장>은 현재 밀라노의 산페데레 성당(church of San Fedele, Milan)이 소장하고 있고, 카라바조의 <그리스도의 매장>은 현재 로마의 바티칸미술관 내에 있는 바티칸 피나코데카(Vatican Pinacoteca)에 소장되어 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시모네 페테르자노의 <그리스도의 매장>은 산페데레 성당 측에서 의뢰한 것이고, 카라바조의 <그리스도의 매장>의 의뢰에는 바티칸이 관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 카라바조의 <그리스도의 매장>은 [성 필립보 네리의 오라토리오 수도회](the Oratory of Saint Philip Neri)를 위해 지어진 [산타 마리아 인 발리첼라](Santa Maria in Vallicella, 일명 [키에사 누오바](Chiesa Nuova))의 오른쪽 두 번째 채플(경당)(the second chapel on the right)의 벽면을 장식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현재 그 채플에는 복제품이 걸려 있고 원본은 [바티칸 미술관] 내의 [바티칸 피나코테카](Vatican Pinacoteca)에서 소장하고 있다. */
카라바조가 바티칸으로부터 <그리스도의 매장>을 의뢰받은 것은 17세기 초(1602‑1604)의 일이다.
기독교가 세상의 중심이었던 당시의 유럽에서 바티칸, 즉 교황청의 작품 의뢰를 받는 것은 ‘당대 최고의 예술가’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것이었기에 예술가라면 누구나가 꿈꾸는 일이었다.
이 말은 곧 카라바조는 교황청이 인정하는 당대 최고의 화가였지만 카라바조의 스승인 시몬네 페테르자노는 그렇지 못하고 밀라노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지역화가에 불과하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모네 페테르자노의 <그리스도의 매장>을 카라바조의 <그리스도의 매장>과 비교하는 것을 두고 불경스러운 짓을 저지르는 행위라고 보는 이도 있을 것이다.
카라바조(1571-1610)는 <그리스도의 매장>을 1602-1604년에 그렸고 시모네 페테르자노(1535-1599)는 <그리스도의 매장>을 1583-1584년에 그렸다.
카라바조의 <그리스도의 매장>는 17세기 작품이지만 시모네 페테르자노의 <그리스도의 매장>은 16세기 작품인 것이다.
세기를 기준으로 보면 두 작품 사이에는 한 세기의 차이가 있지만 시간상으로는 약 20년의 차이가 있다.
또한 카라바조와 시모네 페테르자노가 살아간 시간 사이에는 약 36년이라는 세월의 벽이 세워져 있다.
두 사람 모두가 16세기에 태어났다는 것을 감안하면 36년이란 시간은 한 세대를 넘어 두 세대에 가까운 세대적 차이가 있었다.
그림의 크기를 보면 카라바조의 <그리스도의 매장>은 300x203cm이고, 시모네 페테르자노의 <그리스도의 매장>은 290x185cm이다.
카라바조의 작품이 시모네 페테르자노의 작품 보다 가로세로로 조금씩 더 크지만 규모면에서는 거의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크기가 비슷한 이유는 두 작품 모두가 가톨릭교회의 벽면을 장식할 목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시모네 페테르자노가 <그리스도의 매장>을 그릴 당시(1583-1584년) 카라바조는 그의 화실에서 도제로 지내고 있었다.(카라바조의 도제생활을 1584년에서부터 1588년까지 약 4년 간이다.)
시기적으로 보면 카라바조는 스승인 시모네 페테르 자니가 <그리스도의 매장>를 그리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거나 적어도 완성된 작품을 바로 눈앞에서 감상할 기회를 가졌을 것이다.
화실에서 도제로 생활하면서 그림을 익히고 있던 십 대의 제자 카라바조에게 화실의 설립자이자 스승인 시모네 페테르자노의 새로운 작품은 ‘익히고 따라 해야 할’ 또 다른 바이블이었을 것이다.
스승이 그린 <그리스도의 매장>을 바라보는 카라바조의 두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반짝일 수밖에 없었다.
“옷의 주름과 근육, 얼굴의 표정과 동작의 세밀한 묘사, 거기에 보는 이를 압도하는 구도와 색상까지, 어느 것 하나 완벽하지 않은 것이 없지 않은가.”
“대체 빛은 어디에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단 말인가. 도무지 빛의 근원을 하나로 모을 수 없는 것이, 몇 개의 광원이 사용되었다는 말인가. 등장인물들 제각각 자신만의 광원을 갖고 있는 것이란 말인가.”
“배경 전체를 넓게 차지하고 있는 검은색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저 검은색이 예수 그리스도와 등장인물들 모두를 집어삼킬 듯하지만 한편으로는 밝은 빛과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그것들 각각을 섬세하게 부각해주고 있으니 이것 또한 의도된 장치란 말인가.”
시모네 페테르자노가 <그리스도의 매장>에 담아낸 대담한 회화적 기법은 곧장 카라바조의 가슴에 스며들고 손끝으로 녹아들었다.
카라바조가 시모네 페테르자노에게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카라바조가 시모네 페테르자노가 운영하던 화실 출신이라는 사실에서 뿐만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매장>이라는 작품을 통해서도 부인할 수 없게 된다.
이와 같이 카라바조의 <그리스도의 매장>와 시모네 페테르자노의 <그리스도의 매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회화적 공통점은 ‘하나 이상의 광원의 사용을 통한 인위적인 조명효과’와 ‘검은 배경과 인위적인 조명을 통한 강렬한 대비’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