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인 관점에서의 ‘로스트 제너레이션’(Lost Generation)은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의 참상을 겪으면서 삶의 목표와 방향을 잃고 ‘상실감과 허무주의’에 빠져 살아간 ‘전후 미국의 젊은 세대’를 지칭하는 표현이다.
그들은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체제(體制)의 폭력’을 경험하면서 기성세대와 종교, 사회가 요구하는 이성이나 도덕, 믿음 같은 전통적인 가치관에 대해 강한 환멸감을 가졌던 세대이다.
그들이 재즈와 음주, 파티 같은 향락적인 문화를 탐닉한 것은, 그래서 기성세대의 눈에는 마치 길을 잃고 방황하는 탕자들처럼 보인 것은, 세계대전으로 인한 시대적 환경이 만들어낸 지독한 허무주의와, 기존 체제에 대한 반발에서 그 원인을 찾아보아야 한다.
전후의 유럽에서는 전쟁으로 인한 물질적 빈곤이 정신적 반항심으로 이어지면서 ‘완전한 자유’와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이 젊은 세대를 들끓게 했다.
하지만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의 현상은 유럽과는 많이 달랐다.
그것은 아마도 유럽은 전쟁을 집적 겪었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의 미국은 물질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었다.
유럽 국가들에게 불어 닥친 빈곤이 미국을 경제적으로 살찌게 하는, 서로 모순되는 두 개의 현실이 동등하면서도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맞서게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누군가의 불행이 다른 누군가의 기회가 되는 것은, 안타깝지만, 세상이 돌아가는 규칙 중에 하나이다.
그래서 행복하다는 것과 불행하다는 것은,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결국 잃는 것도 없고 얻는 것도 없는, 제로섬(Zero-Sum) 게임에 불과한 것이다.
이와 같이 전후의 미국은 사회적으로는 풍요하였지만 정신적으로는 공허함이 젊은 세대를 지배하는 시간을 맞이하였다.
인간은 원래 생각이 많은 ‘사유하는 존재’이다. 그래서 물질의 풍요가 정신의 풍요로 이어지기보다는 정신적 공허를 더 부추기는 원인으로 작용하기 십상이다.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공허가 치열하게 공존하던 미국의 이 시기를 ‘광란의 20년대’라고 부르고 있다.
누군가 만약 이 시기를 살아가게 된다면, 그때의 로스트 제너레이션들처럼, 그 또한 현실로부터의 도피를 통해 “삶이란 게 무엇인지”, 그 의미를 찾아 나서지 않을까.
이와 같은 사회적 현상은 문학과 예술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미국에서 활동하던 젊은 작가와 예술가 중에는 ‘미국식 물질만능주의’와 ‘정신적 공허’에 빠진 미국을 탈출하여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국외 추방자‘(Expatriate)로 살아가는 것을 선택한 이들이 생겨났다.
어느 누구도 그들을 미국에서 추방시키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자발적으로 망명길에 올라 '파리의 이방인‘이 되었다.
문학과 예술에서의 로스트 제너레이션은, 이들과 같이, 제1차 세계대전을 겪은 이후, 삶에 대한 극도의 허무감과 가치관의 혼란 속에서 작품활동을 한 1920년대의 젊은 작가와 예술가 세대를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문학에서의 로스트 제너레이션은 어니스트 헤밍웨이, F. 스콧 피츠제럴드, 에즈라 파운드와 같이 20세기 초의 파리에서 문학 활동을 한 젊은 ‘파리의 이방인 작가들’을 가리킨다.
그들은 기성 사회가 요구하는 도덕과 질서를 강하게 불신하면서 무한한 자유와 새로운 정신, 혁명적인 변화를 추구하였고 커피와 모임, 담배와 알코올, 토론과 논쟁을 즐겼으며, 누구보다 더 사랑에 몰두하면서 전쟁이 야기시킨 파괴와 허무, 그로 인한 시대적 방황을 문학적 혁신의 밑거름으로 삼았다.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라는 말은 거트루드 스타인(Getrude Stein, 1874-1946)이 어니스트 헤밍웨이에게 “당신들은 모두 잃어버린 세대입니다.”(You are all a lost generation)라고 말하면서 당시 파리에서 활동하던 젊은 미국 작가들을 가리켜 처음으로 사용한 용어이다.
이후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자신의 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The Sun Also Rises, 1926)의 서문에서 거트루드 스타인이 말한 ‘잃어버린 세대’라는 표현을 인용하면서 전 세계의 문학인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1903년에 파리로 이주한 미국인 거트루드 스타인은 파리 아방가르드 예술계의 핵심적인 지성으로 평가받는 여성 작가이자 시인, 문학 비평가, 예술품 수집가로 ‘로스트 제너레이션의 대모’로도 알려져 있다.
어느 날 그녀가 자동차 정비를 위해 파리의 한 자동차 정비소에 들렀는데 그곳에서 한 프랑스인 정비공이 한 젊은 견습공에게 “너는 잃어버린 세대야.”(Vous êtes une génération perdue)라고 말하는 것에서 영감을 얻어, 그것을 당시 파리에서 활동하던 ‘문학적 공동체’를 지칭하는 ‘Lost Generation’이라는 개념으로 사용한 것이, 이후 헤밍웨이를 거치면서 ‘전후의 문학 세대’를 지칭하는 문학적 용어가 된 것이다.
살펴본 것과 같이 ‘로스트 제너레이션’은 제1차 세계대전 후에 파리에서 작품활동을 한 젊은 미국인 작가들의 집단을 가리키는 말에서 시작되었지만 점차 문학과 예술 전반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면서 넓은 의미에서 제1차 세계대전을 겪고 정신적 공허함 속에서 살아간 젊은 세대 전체를 지칭하는 용어가 되었다.
하지만 로스트 제너레이션을 단순히 '길을 잃은 세대‘라고 인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들은 전쟁이라는 비극을 통해 기존의 체제와 질서를 깨부수고 현대적인 감수성과 새로운 사회 양식을 개척한 '개척자 세대‘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들이 남긴 유산은, 21세기의 새로운 사회질서뿐만이 아니라 세기의 문학과 예술에서도,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소외와 불안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그것을 깊이 있게 다루었기에 지금에 이르기까지 커다란 울림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