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백색 겨울날의 센트럴 파크를 걸으며

(사진 출처: Explore New York City)


은백색 겨울날의 센트럴 파크를 걸으며


메트로폴리탄을 할퀴는 회색 소음 위에 겨울날의 뽀얀 고백이 차갑게 둥지를 틀었다.

뉴욕의 가슴 센트럴 파크에 시린 눈이 내렸다.

은백색의 침묵이 내려앉은 늦은 오후, 행여 더 늦어지게 될까 봐 눈길을 걷는다.


형형색색 화려함을 뽐내던 도시의 색채가 소멸한 자리에 누군가 흰색과 검청색의 수묵화 한 폭을 올려놓았다.

바벨탑을 꿈꾸던 마천루들은 이제 고개를 떨구고 빛의 산란에 겸손하게 안겨들고 있다.

콘크리트가 새겨 넣은 뾰족한 실루엣은 하늘을 향해 난 얼음 결정과도 같아서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차안과 피안을 혼동케 한다.


뽀드득뽀드득 하얀 발걸음을 이리저리로 남기다가 길을 밝히는 쓸쓸한 온기에 멈춰 선다.

홀로 뿜어내는 가로등의 불빛이 누군가의 속울음 같이 축축하다.


눈덩이를 짊어진 나뭇가지가 파도에 휩쓸린 산호초 같이 부르르 몸을 떤다.

몇 가락 뭉게구름의 서걱거림이 들리는가 싶더니 불쑥 낙하하는 눈덩이의 단말마에 소스라치게 놀란다.


행여 누군가 볼까 부끄러워 괜스레 손이며 볼을 비빈다.

곁에서 온기를 나눌 수만 있다면 누구라도 좋겠다.


몇 걸음 앞 하얀 눈밭에서 검은 코트를 입은 사내들이 바쁠 일 하나 없다는 듯 느릿느릿 걸음 딛고 있다.

누군가는 하얀 발자국을 남기고 누군가는 검은 발자국을 남긴다.

좁혀지지 않는 간격이 하얀 캔버스 위를 하얀 날갯짓으로 유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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