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미친 시절(1920년대)- 축제의 시작

몽파르나스를 휩쓸었던 '미친 시절'(Les Années Folles)

파리의 미친 시절(1920년대)- 축제의 시작



프랑스어 Les Années Folles(레 아네 폴)에서 Folles(폴)은 '미친, 광기 어린, 통제 불능의'란 뜻을 가진 형용사 Fou의 여성 복수형이며 Années(아네)는 '해(年), 내용이 채워진 지속적인 시간(시절)'의 복수형이고, Les(레)는 정관사 복수형이다.

따라서 Les Années Folles(레 아네 폴)을 '미친 시절(시대)', '광란의 시대' 등으로 번역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 인문학적인 번역에 대해서는 별도의 챕터에서 다루고 있다.)


'미친 시절(Les Années Folles)'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20년부터 1929년 세계 경제 대공황이 있기 전까지, 파리 몽파르나스를 중심으로 폭발했던 '결핍과 공포 속에서 광란과 풍요가 빚은 예술적 해방의 시대'를 지칭하는 사회적 문화적 용어이다.


또한 미친 시절은,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난 인류가, 마치 '내일이란 오지 않을 날'이기에 오늘만을 즐기며 살아가던 '미쳤지만 아름다웠던' 또는 '미쳤기에 아름다울 수 있었던' 시간을 일컫는다고도 할 수 있다.


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에서 주인공 길 펜더(Gil Pender)가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1920년대 파리가 바로 이 미친 시절이다.



결핍과 공포가 빚어낸 찬란한 경련: 파리의 ‘미친 시절’

1920년대 파리는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으로서의 도시가 아니라, 인류의 정신이 폭발하는 위대한 공간이자, 인류가 과거라는 울타리를 넘어 서며 기성 사회의 모든 전통 및 권위들과 작별을 고하는 '이별 파티'가 열리는 축제의 공간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의 비극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브레히트의 시 <살아남은 자의 슬픔>(Ich, der Überlebende)에 나오는 텍스트에서처럼, 자신들이 강하기에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운이 좋아서 살아 남았고, 살아남았기에 결국 강한 것이라는 진리를 알게 되었고, 살아남았다는 그 '찬란한 기쁨'과 '처연한 슬픔'을 제약 없는 자유 속에서 불태우려 했다.


이 시기에게 ‘미친 시절(Les Années Folles)’이라는 섬뜩한 이름을 붙인 것은, 당시 파리에서 발현되었던 이와 같은 사회적 문화적 현상이, 인간이 가진 이성적 논리로는 도저히 설명하기 어려운 아웃라이어(outlier, 이상치) 같은 것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헤밍웨이의 '파리는 날마다 축제'(Movable Feast)에서, 그가 파리 시절에 목격했다는 축제란 것의 실체도, 이 시기에 파리의 아무 곳에서나 아무런 제약 없이 열리곤 했던 '축제는 아니지만 축제보다도 더 축제 같은, 살아남은 자들이 행하는 미친 짓'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날마다 움직여 가며 열렸던 그 미친 시절의 축제에게,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결핍과 공포가 발현시킨 '파리의 찬란한 경련'이자 '살아남은 자들의 거룩한 광기'라는 지고의 헌사를 받쳐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것이다.



미친 시절: 전후(戰後)의 허무가 낳은 역설적 생명력

미친 시절은 '결핍에 대한 풍요의 반격'이었으며 '죽음의 공포에 맞선 산 것(生)의 반격'이었다.

전쟁으로 인해 수백만 명의 죽음을 목격한 세대에게 국가와 종교가 요구하는 전통적 가치와 사회적 체계는 전쟁의 폐허 더미 위에서 뒹구는 쓸모 잃은 유산에 불과하였다.


어차피 모든 것이 허무하게 사라질 것이라면, 지금의 감각과 즐거움에 영혼과 육체를 맡기는 것이 더 좋겠다는 정서는 20세기 초의 파리를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만큼 유흥이 창궐하고 자유가 넘치는 도시로 만들었다.


살아남아 당시를 살아가는 자들은 전쟁의 포성 대신에 재즈 음악의 싱코페이션(Syncopation, 리듬의 비정형성, 엇박자)에 몸과 영혼을 맡겼고, 이는 곧 예술에서의 '형식으로부터의 파괴'로 이어지며 질서 잡힌 정연한 원근법을 벗어나 입체파의 일그러지고 균열된 시각이,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의식의 흐름 보다는 초현실주의적인 초의식이 빠르게 사조를 형성해 갔다.


미친 시절을 1920년대 전후를 살아가야만 했던 젊은 세대가 전후의 정신적 허무를 불태우면서 만들어낸 일시적인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간주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그것을 전혀 틀린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미친 시절이 예술과 사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였고 결국에는 새로운 사조가 자라나게 하는 '역설적 생명력'으로 작용한 것은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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