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1. 목련 꽃에 대한 소고

목련 1. 목련 꽃에 대한 소고


백목련은 날카로운 밤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간에 나들이 길 나선 여인네의 화려한 종종걸음질 같아서 괜히 곁눈질로 바라보게 만든다.

하지만 자목련의 꽃 피움은 옷 섬 고이 여민 여인네의 정갈한 걸음걸이 같아서 멀리에서라도 바라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백목련의 성급함은 그 피는 시기에서도 알 수 있다.

백목련은 짧은 낮 햇살이 가지마다 겨우 물기 끌어올리는 앙상한 때에 앞을 다투어 꽃뭉치를 벌린다.

이른 봄의 기온이란 게 변덕이 죽 끓듯 하기 마련이라 이제 봄인가 싶다가도 문득 찬 바람이 불어오기 십상이니 백목련의 때 이른 꽃 피움은 진줏빛 꽃잎을 떨게 만들기 일쑤이다.


이른 봄날 가까스로 햇살 한 줌 따스해진 추위 속에서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화들짝 녹이기를 원하니 백목련의 개화는 철없는 연예인의 스캔들처럼 부산하기까지 하다.

절정의 화사함을 스스로 감당하지 못해 뚝 떨어져 사라져 가거나, 갈변해 가는 몸뚱이를 겨우 부여잡고서는 스스로가 말라가는 것이 그 스캔들의 끝이란 걸 알고나 저리 하는 겐지.

암튼 백목련의 화려함이란 게, 바닥으로 떨어져 내려 질척거리다가 이내 몸을 비틀며 흑갈색으로 말라가는 것으로 끝맺음하니, 절정이란 건 한낱 모래 위에 지은 헛된 꿈일 뿐이다.


자목련은, 백복련과는 달라서, 자기가 나서야 할 때를 기다릴 줄 안다.

자목련은 따스한 봄 햇살의 기운이 도닥도닥 나른하게 익어갈 때에 자색의 고개를 담장 너머로 가만히 내민다.

백목련의 화사함 따위는 애초부터 가지지 못하였기에, 애써 눈여겨보질 않는다면, 지천으로 피어난 봄꽃의 그늘에 묻혀 눈길조차 받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자목련의 그런 모습이 기약 없는 신랑을 기다리는 아낙의 모습을 닮은 것 같아 외려 더 아름답게 만든다.

자목련은 땅에 떨어져서도 자색 더 깊어지다가 이윽고 검은빛으로 말라가니 그 끝에서도 자신의 색을 간직하려는 마음이 곱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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