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카뮈를 찾아서- 카뮈와 나, 그를 찾아서 1

카뮈와 나, 그를 찾아서



1. 카뮈를 찾아서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별 다른 이유가 없는데도 다른 날들과는 달리 몸이 무겁게 느껴지는, 괜히 그런 날이 가끔은 찾아온다. 오늘처럼.


해거름 무렵 돌아온 숙소에서 한참을 뒤척거리다가 보니 창밖을 가둔 어둠이 촛대처럼 박아 놓은 가로등에 불을 지펴 넣고 있다. 창가를 떠나지 못하도록.

젠장, 어슴프레 불 밝힌 기둥 몇 개만으로도 파리는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그녀처럼.


길 건너 불 켜진 2층 창을 가린 커튼에서 한 남자의 실루엣이 어른거린다.

마리오네트의 그림자극 같은 무채색 움직임이 어딘가에서 본 듯 낯설지 않다.

따뜻한 찻잔을 움켜쥐고 그의 공연을 감상한다.


딸깍딸깍 시곗바늘이 몇 바퀴 돌아가고 이윽고 무대의 불이 꺼진다.

방문이 닫히는 잔향이 채 잦아들기도 전에 나무 계단을 내려서는 또각거림이 밤공기를 길게 가로지른다.


이윽고 현관문을 나선 남자는 외투 주머니에서 꺼내 든 네모난 종이상자에서 짧은 막대기 한 개비를 뽑아 입에 문다.

고개를 한쪽으로 기우뚱 기울이는가 싶더니 성스러운 의식을 행하는 듯 두 손 모아 공손하게 불을 붙인다.


밤안개를 닮은 담배연기가 어둑한 밤공기 속으로 번져간다.

가로등 불빛에 반사된 얼굴 윤곽이 일식에서 갓 깨어나려는 달빛의 은밀한 반항 같다.

알베르 카뮈 Albert Camus, 그가 그리고 내가 파리의 밤거리에 나선다.


image.png


매거진의 이전글새벽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