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내 낮 밤 못 가리고 제 색시 치마폭 뒤지기 놀이에 방구석 나올 줄 모르던 철없는 어린 신랑 같던 놈이 낮 햇살 찾아 마당 한복판에 퍼질러 누웠다가 일어난 덩치 큰 누렁이처럼 부르르 몸을 털며 기지개 한번 쭉 피는가 싶더니 어느 사인가 팔다리에 힘 오른 튼실한 몸집으로 집안일에 밭일에 투덜투덜 이것저것 간섭하며 성질 빽빽 부리고 있는 꼴이란 게 가만두고 보자니 한심키도 하지만 어찌 보면 대견하기도 한 것 같구먼
지난가을 큰소리 꾸중 한 번에 외양간 기둥에 묶인 어린 송아지 마냥 검고 커다란 눈에 닭똥 같은 눈물덩이 뚝뚝 떨어뜨리며 이리저리 눈치만 보던 놈이 대체 겨울 내 방구석에서 뭔 짓을 하며 지낸 겐지 이젠 뭔가 사내놈 구실을 할 것 같아 보이는구먼
그게 말이야 알아서 제 일 할 만한 놈 일랑은 원래 제 하는 대로 모르는 척 내버려 두는 게 좋듯 계절이란 놈 하는 짓이 아무리 변덕이 죽 끓는 듯하고 하는 짓마다 개살 궂은 사내놈 같아 보여도 언젠가 커서 제 색시 서방되고 제 새끼 아비되어 어떻게든 제 식솔 건사하며 제 놈 할 일은 제 알아 하는 법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