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뮈와 나, 그를 찾아서
파리에 오면 꼭 만나야만 하는 한 사람이 있다.
그 시절, 아직 깊지 않았던 나의 인생 호수에 그의 텍스트가 일으킨 일렁임은 아직도 낮 빛을 현란하게 반사시키고 있다.
시지프스 또는 시지프, 시시포스란 이름으로 불리는 한 인간 또는 인간을 닮은 개체에게 가해진 원죄적 형벌에 관한 그의 텍스트는 그 시절의 나에게 큰바람에 휩쓸린 바닷물이 일으키는 거대한 파고와도 같았다.
공식적으로야 어떻게 번역되든 간에 나의 서재에 꽂혀 있는 표지 상단 가운데엔 <시지프스의 신화>라는 텍스트가 제목으로 검게 박혀있으니, 그냥 시지프스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게 좋겠다.
또한 그 아래에는 '알베르 카뮈'라는 텍스트가 저자로 인쇄되어 있기에, 아주 오래전부터 그것은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스의 신화>'라는 고유명사로 새겨져 있다.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스의 신화는 ‘하늘이 뚫려버린 공간’에서 ‘흐름조차 알 수 없는 시간’ 동안 가해지는 끔찍하기 짝이 없는 형벌을 다룬 것이다.
그 책을 읽다 보면 신이란, 자신이 지녔다는 거대한 능력과는 대조적으로 소갈머리라고는 좁디좁아서 잘 삐치는 데다가, 일단 삐치게 되면 피형벌자의 고통 따윈 안중에도 없이 신이기에 고안해 낼 수 있는 아주 못된 형벌 주기를 심심풀이 삼는 이상한 존재에게 붙인 명칭이며, 게다가 뒷골목 양아치처럼 무지막지하기도 해서, 신이란 게 두려움을 가져야 하는 경외의 대상인 걸까,라는 생각을 갖기도 했다.
어쨌든 첫 번째 읽기를 끝내고 책장을 덮던 그날 시지프스의 신화는 세상이라는 하데스의 공간을 살아가야만 하는 나 자신의 이야기가 되었고 나는 곧 시지프스가 되었다.
이런저런 사색이란 것과 사유란 것을, 찔끔찔끔 시간에 흘려보내는 사이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스의 신화>는 카뮈도 신도 시지프스도 아닌, 나의 이야기, 나에게 가해진 형벌 이야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검은 텍스트에 박제되어 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