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시지프스: 생각하기와 반항하기

5. 시지프스: 생각하기와 반항하기


파르르 문득 일어난 진동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세상은 자신의 광폭한 힘을 자랑질하고 싶은 철부지 신의 놀이터이고 그 세상을 살아가야만 하는 현실의 나는 무한히 반복되는 잔인한 형벌의 쳇바퀴에 갇혀버린 너무 일찍 철든 연약한 존재임이 분명하다.”


자비로운 신은 이미 오래전에 인간을 저버렸다.

떠난 신은 더 이상 자비롭지 않다.

인간의 세상이란, 어떠한 반항도 허용하지 않는 잔인한 폭군이 다스리는 공간일 뿐이다.

나의 등을 누르는 무게는 어떻게든 감당해야만 하는 ‘원죄’에 대한 형벌일 수 있다.


망막 깊은 곳까지 허망함이 서려 있을 시지프스의 눈을 생각했다.

그냥 흘긴 것 같은 누군가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시지프스가 묵묵하게 그 산길을 올라가고 내려오길 반복하였다는데, 그것은 진지한 사색 없는 상상이 만들어 낸 책임 없는 궤변일 뿐이다.

그따위의 잡스런 평론은 주어진 형벌을 그냥 받아들이라는, 현실에게 이미 세뇌당한 얼치기 지식인의 의미 없는 지적 뽐내기일 뿐이다.


형벌의 주문이 수형자의 머리조차 텅 비우도록 하란 것이었던가.

시지프스가 지은 죄라는 게 의도된 것이었건 의도되지 않은 것이었건 간에, 누구나 지을 수 있는 실수였거나, 한 번쯤은 그럴 법한 것은 아니었을까.

설혹 그것을 죄라고 단정 짓는다고 해도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죄이기에 수형기간조차 없는 영원한 형벌에 처해졌단 말인가.

실수 없고 반항 없는 삶이란 없을진대, 그렇다면 언젠가 나 또한 시지프스와 같은 운명을 빈 머리로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것인가.


미끄러져 내려온 돌을 다시 굴려 올리는 것은 신의 형벌로써 시작되었지만 언젠가부터 신을 향한 시지프스의 반항이 되었다.

신은, 시지프스의 반항을 알아차렸을 것이고 그것조차 죄라고 한다면, 시지프스의 형기는 아무리 돌을 굴려도 늘어나기만 할 뿐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지프스는 돌을 굴리며 반항한다.

인간은, 시지프스는, 원래부터 반항하는 존재로 태어났다.

그래서 인간은 '생각하는 인간'이면서 또한 '반항하는 인간'이다.

'생각하면서 반항하는 인간', '반항하면서 생각하는 인간'이 바로 우리의 실체이다.

인간은 '반항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을 통해 비로소 실존에 다다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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