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번역서 『꿈에서 본 이야기』에서
* 아래 글은 테마 번역서 『꿈에서 본 이야기』의 마지막 챕터 '에세이에 에세이로 답하다_꿈의 미로 속을 헤매다' 편에 수록한 내용 일부입니다.
한동안 심리 상담을 꾸준히 받은 적 있다. 감정이 내 의지대로 컨트롤되지 못하던 때였다. 당시 나의 상담 선생님은 내게 꿈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해줄 것을 권유하셨다. (그분은 프로이트와 융의 무의식 이론을 깊이 공부하셨다고 했다.)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내가 꾼 꿈을 남에게 자세히 말해주는 게 왠지 내키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했다. 선생님은 내 꿈 이야기를 듣고 과연 어떤 해석을 해주실까, 하고. 결국 몇 가지 꿈 이야기를 살짝 들려주기로 마음먹었다. 특히 꿈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이미지나 장면들에 대해서.
“힘이 들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면 꿈속에서도 종종 길을 잃곤 해요. 몸에 꽉 끼는 검은 점퍼 같은 외투를 껴입고, 무겁고 커다란 배낭을 멘 채 미로 같은 산 길을 오른 적도 있어요. 오늘도 비슷한 꿈을 꾸었어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출구를 알 수 없는 낯선 공간을 갈지자걸음으로 헤맸어요.”
선생님은 내 말이 끝나자 차분한 목소리 답하셨다.
“지연 님이 꿈속에서 짊어진 짐, 그 안에는 무엇이 들었을까요. 그걸 열어젖혀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들여다봐야 해요.”
“네, 그러게요. 그 안에 뭐가 들었을까요.”
나는 꿈속에서 내가 짊어진 그 짐이 나를 억누르는 부담을 은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나에게 부여하는 과도한 기대와 그로 인한 스트레스, 어리석은 완벽주의, 그런 것들이 짐으로 나타난 게 아닐까 싶었다. 그것을 벗어던지는 게 나의 과제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선생님은 다시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셨다.
“물론 그걸 마주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막상 확인하고 나면 별것 아닌, 아니 너무 소중하고 귀한 것일지도 몰라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그땐 몰랐다. ‘내가 짊어진 짐이 소중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무겁고 버거워 옷이며 배낭이며 다 벗어던지고 싶은데?’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진심으로 궁금했다. 내가 꿈속에서 짊어지고 있던 짐 가방 속엔 무엇이 그토록 묵직하게 들어 있었을까. 그걸 열어젖혀 확인하는 순간, 나는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 그것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얻고 싶었다.
(후략)
* 위 글의 전문은 아래 도서 『꿈에서 본 이야기』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