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험

32개월 23일

by frarang

주아가 어린이집을 졸업했다. 사실 졸업이라기보다는 1년 동안 다닌 가정어린이집에 더 이상 다닐 수 없게 되어 졸업식을 한 것이다. 3살까지만 다니는 원 규정 때문인 건데 멋들어지게 졸업식을 해주니 고마운 일이다. 졸업식 날에는 학사복과 학사모를 쓰고 사진도 찍고 같은 반 친구들과 선물도 주고받고 파티도 했다. 아내는 며칠을 고생하며 알파벳이 새겨진 작은 구슬을 꿰가며 같은 반 친구들의 이름이 달린 마스크 줄을 만들었으며 옆에서 방해하는 주아에게 친구들 선물이라며 잘 전달해줄 것을 며칠 동안 주입시켰다.


선물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졸업 이야기도 하게 됐다. 자기 전 침대에서 뒹굴며

“주아야, 이제 다섯 번 만 가면 친구들을 못 만나. 졸업하고 다른 어린이집 갈 거야. 이젠 가을이도 못 보고, 이든이도 못 보고, 하루도 못 보고, 시원이도 못 봐.”

“재이도?” 주아는 엄마가 빼먹은 친구의 이름을 부른다.

“ 응. 재이도 못 보고 별이도 못 보고…… 다 못 봐.”

아내는 다시 한번 친구들을 이름을 빠짐없이 부른다. 주아는 아는지 모르는지

“와 신난다.”

그러자 엄마는 황당해하며 목소리를 높인다.

“야, 뭐가 신나. 이젠 못 본다는데. 친구들 서운하겠네.”


다시 누워 주아와 마주 보며 졸업 이야기와 친구들 못 보면 기분이 어떨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게 며칠을 졸업과 이별 이야기를 나눴다. 주아의 마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졸업이라고 하니 아내와 내 마음은 왠지 슬프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서운하기도 하고 정확히 뭐라 정의할 수 없는 감정들이 마음속에서 꿈틀거렸다.


선찌찌(주아의 선생님 발음)의 정성스러운 보살핌에 감사하고 잘 적응하고 큰 탈 없이 다녀준 것이 대견해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꼭 그래서만은 아니다. 또 다른 이유는 주아가 처음 겪게 될 헤어짐에 대해, 처음 알게 될 슬픔이란 감정에 대해, 처음 느낄 혼란에 대해 잘 받아들이고 이겨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던 듯하다. 아직은 몰라도 될 이별이나 슬픈 감정을 너무 일찍 알게 한 미안함 때문에. 그래서 마음이 그토록 간지러웠나 보다.


잠든 주아를 보며 이야기한다.


‘맞아. 그랬어. 네가 처음 어린이집에 가서 씩씩하게 적응할 때도 엄마, 아빠는 그랬어. 그때는 네가 느낄 불안에 미안해하면서 첫 사회생활을 잘해나가는 네가 너무 고마워서 웃음도 나고 눈물도 났었어. 그러고 보니 너의 처음은 항상 울고 웃었네.’



“사랑하는 주아야~ 너의 모든 첫 경험은 엄마, 아빠에겐 눈물이며 환희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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