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빌 워

36개월

by frarang
KakaoTalk_20210702_134406334.jpg 좋단다

옆에서 자고 있는 엄마를 바라본다. 8시쯤 일어난 주아는 엄마 얼굴을 한번 보고 다시 뒹굴며 엄마가 깰 때를 기다린다. 엄마가 미간을 찌푸리며 한쪽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옆에서 불쑥 내민 주아의 얼굴이다. 잘 잤어? 뽀뽀를 하며 하루가 시작된다. 사랑스러운 아침이다. 엄마는 안방 문을 열고 아침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면서 곧 전쟁이 시작될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재빨리 주아를 욕실로 데려가 세수와 양치를 돕는다. 그렇지 않으면 밤새 잠긴 목으로 소리를 질러야 하는 일이 생긴다. 욕실에서 나온 주아는 곧바로 장난감 방에 들어간다. 그리고는 자동차를 하나씩 하나씩 꺼내 거실 식탁과 소파에 올려놓는다. 이른바 주차 놀이가 시작됐다. 엄마는 아침으로 빵과 우유 그리고 과일을 준비하고 주아를 부른다. 한 번에 올리는 없다. 겨우 앉혀도 몇 차례 먹고는 안 먹는다. 다시 주차 놀이를 하면 엄마는 과일이라도 먹으라며 한 조각씩 입에 넣어준다. 이젠 옷을 입을 차례인데 역시 자동차 말고는 관심이 없다. 이리 오라도 해도 못 들은 체하고 있으니 억지로 데려와 앉히고는 옷을 입힌다. 옷에 그려진 미키마우스는 웃고 있지만 주아는 웃지 못한다. 8시 40분. 이젠 어린이집 버스를 타러 나갈 시간이다. 주아는 여전히 주차 놀이 중이다. 신발을 신어야 하는데 오라고 해서 온다면 주아가 아니다. 이놈의 자동차를 싹 다 버리던지 해야지 매일 이렇게 힘들게 할 거냐며 엄마가 이야기하면 안 돼 하며 큰소리로 응수한다. 드디어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선다. 엄마의 표정은 숨길 수 없는 얇은 미소가 눈과 입에 퍼져있다. 꼬시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우리 집 아침 풍경이다.


하루는 어린이집 버스를 기다리는 편의점 앞에 경찰차 한대가 주차되어있었다. 주아는 경찰차 라며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조금 전 갖고 놀던 경찰차가 진짜로 나타났다. 옳거니 잘됐다. 아침부터 주아와 전쟁을 치른 엄마는 주아 들으라고 큰소리로 외친다.


“경찰 아저씨 주아 좀 데려가세요. 너무 말을 안 들어요”

경찰차에 다가가던 주아는 갈음을 멈추고 울먹이며 엄마에게 다가온다. 말로만 듣던 경찰이 앞에 있을 거란 생각에 놀랐다.

“너 그러니까 엄마 말 잘 들어야지. 왜 아침부터 고집부리고 장난감 정리도 안 하고 말도 안 듣고. 경찰 아저씨한테 다 말할까?”


“아니야 , 아니야” 울먹이며 주아가 말한다.


“그러니까 말 잘 들어! 아침부터 진 빼게 하지 말고. 한번만 더 그랬다간 진짜 경찰 아저씨한테 데려가라고 할 거야!”

엄마는 전쟁의 뒷맛이 아직 남아 농담 같은 야단을 뱉었다.

주아는 입을 고물거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마침 편의점에서 경찰관 2명이 커피를 사고 나온다.

“어! 경찰 아저씨다. 주아야 인사해!”

엄마는 고개를 숙이며 목인사를 유도하지만 주아는 손을 흔들며 친구 대하듯 인사한다. 손을 흔드는 주아를 보고 경찰관은 웃으며 차를 탔다. 그리고는 확성기로 어디 가요? 잘 다녀와요 하며 화답했다. 칙칙 거리는 확성기로 들리는 경찰관의 목소리에 주아는 눈이 동그래지며 얼굴을 돌려 엄마 다리를 안으며 좋으면서도 부끄러운 표정으로 웃는다. 떠나는 경찰차를 보며 다시 손을 흔든다. 다시 사랑스러운 하루의 시작이다.


그런데 경찰관을 무서워하는 건 경찰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그런 걸까? 아니면 만약 데려가면 엄마를 못 보니 두려워서 그런 걸까? 어릴 때야 도깨비든, 망태 할아버지든 실제 무서운 존재를 들먹이며 데려가라거나 잡으로 온다고 겁을 줬지만 경찰은 그런 존재가 아닌데 말이다. 그렇다면 주아는 자기가 고집부린 일, 떼쓴 일, 뺀질거리는 행동이 엄마, 아빠를 화나게 하고 상황에 어울리는 않는다는걸 알고 있다는 건데. 그럼 이번 과업은 옳고 그른 일, 해도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을 하나씩 하나씩 알려줘야 하는 거란 말인가.


……아


앞으로 얼마나 많은 날카로운 고집과 떼 부림을 인내와 끈기로 맞서야 하는걸까.

이제 진짜 전쟁이 시작되는 건가.

KakaoTalk_20210702_134215468.jpg 말 안 들으면 경찰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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