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개월
“몇 개월이에요?”
아기들에겐 몇 살보다는 몇 개월이냐고 묻는 게 아이를 이해하는데 여러모로 좋다. 한두 개월이라도 발달 차이가 나기 때문에 12월에 태어난 아이도 같은 나이로 퉁치게 만드는 몇 살이에요 라는 질문은 아이들에겐 몹쓸 짓이다. 하지만 36개월이 지나면 적어도 우리 가족에겐 몇 살이라고 물어도 괜찮아진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시기가 지났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주아가 36개월이 되었다. 태어난 지 3년, 벌써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36개월은 육아에서 중요한 개월 수다. 이 시기 동안 겪는 부모와의 관계는 애착 형성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36개월 동안 80%가 성장하고 그중 가정 먼저 열리는 뇌가 정서의 뇌라고 한다. 그래서 이때 부모와 어떻게 지냈냐 의 기억은 평생 동안 감정과 정서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부모 곁을 떠나 어린이집에 보낼 가장 적절한 시기도 36개월 이후라고 한다. 여하튼 이런 중요한 시기가 지나가고 있다.
케잌에 꽂힌 초는 주아를 위함과 동시에 우리 부부를 위한 것이다.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꺼져버리는 촛불처럼 긴장도 사라지고 피어오르는 연기는 우리를 잠시 몽롱하게 만든다. 완벽한 36개월은 아니었지만 중요한 시기를 잘 넘겼다는 해방감이 찾아온다. 그러면서 어린이집을 일찍 보낸 일이, 화내고 짜증 내던 일들이 아른아른거린다. 잘 참고, 기다려주고, 이해하려 했던 순간보단 그렇지 못한 일들이 떠오르는 건 돌아서면 아쉬운 모든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그래도 잘 자라준 주아가, 잘 키워준 아내가 고맙다.
허나 우리는 알고 있다. 이제 시작인 것을. 육아에서 어제보다 나은 오늘은 없다. 커갈수록 더 힘들어지는 게 애 키우는 일인 것을, 이제 겨우 36개월이 지났다. 무엇보다 이러한 사실은 주아가 확실히 알려주고 있다. 고집과 떼는 말할 것도 없고 엄마 아빠에게 소리를 지르고 말대꾸도 하고 심지어 때리기까지. 뭔 밥을 한 시간씩 먹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친구가 놀러 오면 방해 말라며 방문을 잠그고......
이를 감당하는 아내의 정신 건강이 걱정된다.
요즘엔 주아 나이 때를 미운 세 살이라고 한단다. 일찍이 널 미운 세 살이라 부르고 싶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만 세 살을 안 채웠으니 꾹꾹 눌러 참던 말을, 가슴속에서 수천 번 외쳤던 그 말을 오늘은 해줘야겠다.
“생일 축하해. 이 미운 세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