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34개월 20일

by fra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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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아가 지금보다 더 어릴 적엔 자장가로 섬집아기를 매일 수십 번씩 불러주었다. 우리뿐 아니라 모든 부모들의 자장가는 섬집아기였을 것이다. 그냥 넘겨 부르던 가사도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굴 따러 간 엄마의 마음에 괜히 울컥해지기도 하고 동시 같은 가사에 빠져들기도 했다. 주아가 처음 섬집아기를 한 소절 따라 부르던 날 신기해하며 남다른 재능이 있는 건 아닌지 괜히 마음이 설레기도 했다. 1절을 거의 따라 부를 때쯤엔 또래에 비해 습득 속도가 빠른 것에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했었다.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배운 노래들을 집에서 자주 부른다. 장난감 정리를 하면서 ‘모두 제자리, 모두 제자리, 모두 모두 제자리’를 부르고 ‘곰 세 마리’도 일찌감치 외워서 엄마 곰은 뚱뚱해로 개사까지 하며 엄마의 예민한 반응을 끌어낸다. ‘반짝반짝 작은 별’도 자주 부르는 레퍼토리다. ‘뽀로로 주제가’는 뽀로로를 빼로로로 부르는 것 말고는 잘 따라 부른다. 진짜 음악에 재능이 있는 건 아닌지.

요즘엔 ‘나비야’와 ‘산토끼’ 동요를 자주 부른다. 어린이집에서 새로 배운 노래인 듯하다. 그런데 희한한 건 두 곡을 섞어서 부른다. 주아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두 곡이 조금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주아는 침대에서 뒹굴며 수차례 불러본다. 자기도 이상한지 잠깐 멈추기도 하지만 다시 부르면 자연스럽게 두 곡이 하나가 된다. 이런 리믹스 버전을 잠들기 전까지 엄마 아빠에게 수차례 들려준다. 재능을 의심하면서도 틀린 노래를 계속 부르게 하는 건 그 모습이 너무 귀엽기 때문이다. 정확한 가사와 음정으로 부르는 모습보다 엉망진창으로 부르는 요 때의 요 모습이 너무 앙증맞고 이쁘다. 주아가 일찍이 섬집아기 따라 부른 것이 재능이 있어서가 아님을 알았다. 너무 많이 들으면 문득문득 떠오르는 건 당연지사. 나도 주아의 리믹스 버전을 하도 들으니 따라 부르게 된다.


어른처럼 부르는 게 재능처럼 보일런지도 모르지만 아이들의 진짜 재능은 가사와 음정이 틀려도 그걸 모르는 것, 두 곡을 섞어 불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특별할 것 없이 딱 그 나이 때처럼 잘 자라는 게 부모가 바라는 최고의 재능이 아닌가 싶다. 이 순간에도 귓가에 맴도는 주아의 노래.

‘나비야, 나비야, 어디를 가느냐. 호랑나비, 흰나비 어디를 가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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