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가 연습

37개월 20일

by frarang
KakaoTalk_20210724_084519919_01.jpg


주아가 배변 연습을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와 함께 화장실로 가서 벽에 붙여 놓은 고래 모양의 전용 소변기에 오줌을 눈다. 8월부터는 그토록 좋아하는 자동차가 그려진 팬티를 입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주아야. 이젠 쉬 마려우면 이야기해. 화장실에 가서 쉬하자.”


엄마의 주문으로 주아는 이젠 낮시간에도 종종 화장실에서 고래와 마주한다. 쉬를 다하면 배를 두드리며 잔뇨를 터는 것까지 스스로 할 줄 안다. 이제 얼추 낮에는 쉬를 가리는데 문제는 응가다. 유아용 변기를 진작에 마련했지만 앉아서 시늉만 몇 번 냈을 뿐 주로 점프대로 사용해서 치워버린 지 오래다. 그래서 일반 변기에 아동용 변기 커버를 이용해서 응가 연습을 하고 있다.


“주아야. 응가 마려우면 이야기해. 화장실에 가서 해보자.”


손을 등 뒤로 하고 손바닥을 엉덩이에 갖다 대며 응가 마렵다는 신호를 보이자 얼른 변기에 앉혔다. 인상을 쓰며 힘을 주지만 자세가 어색한지 퐁당 소리를 듣지 못했다. 다시 기저귀에 큼직 막한 놈으로 응가를 하곤 새것으로 바꿔 달라며 바닥에 눕는다. 며칠 전 퇴근 후 집에 도착하자 주아가 달려왔다.

“오늘 주아 드디어 성공했어요!” 아내가 말했다.

“뭘?”

“변기에 응가했어!”

칭찬받고 싶어 달려온 주아를 보며 우와 주아 멋진데 하면서 아래를 보니 팬티를 입고 있었다. 멋진 자동차가 그려진 팬티. 응가를 성공하고 낮부터 팬티를 입기 시작했단다. 이젠 정말 다 큰 것 같다.


잘못된 배변 훈련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나 부정적 경험은 정서발달에 좋지 않다는 여러 육아 정보를 봤다. 그래서 걱정이 많았고 서두르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주아가 기특하고 고마웠다.


그동안 주아도 나름대로 연습을 했을 것이다. 아빠 엄마는 화장실을 갈 때마다 쉬하고 올게 아니면 응가하고 올게 라며 알려줬고 아빠가 서서 쉬를 하면 오줌 줄기가 어디서 나오는지 위아래로 훑어보기도 했다. 갑자기 사라진 아빠를 찾겠다고 화장실 문을 벌컥 열며 응가 중인 아빠를 유심히 보기도 했다. 또 자신이 싼 똥을 엄마 아빠와 함께 변기에 버리고 물을 직접 내리기도 했다. 한 번은 응가가 너무 커서 변기가 막히기도 했는데 이후에는 물 내리고는 안 먹혔네라고 말하곤 한다. 이런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자동차 팬티를 입게 된 건 아닐까?


아내는 바지에 비치는 기저귀를 보며 저 때가 이쁘다며 기저귀를 떼면 더 이상 아기가 아니라고 못내 아쉬워하기도 한다. 나도 곧 사라질 기저귀가 그리울 것 같다. 기저귀를 입은 주아는 아직 부모의 품속을 떠나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지만 의존의 상징인 기저귀를 떼면 우리의 품에서 조금 멀어진 독립적인 존재가 되어가겠지. 아직은 품에서 놓아주기 싫은데 말이다.


팬티가 어색한 주아처럼 팬티 입은 주아가 한동안 어색할 것이다.

하지만 처음 뒤집었을 때처럼

처음 걸었을 때처럼

처음 엄마 아빠를 불렀을 때처럼

다시 새로운 도약의 기쁨을 맘껏 누리며

응원할 것이다.


아직은 팬티 사이로 삐져나온 고추가 이상한지 한참을 들여다보고 만지기도 하고 가끔 실수도 하겠지만 이제 곧 기저귀 하자면 질겁을 하는 날이 올 것이다. 우리에게도 주아에게 맞설 새로운 무기가 생겼다.


“너, 말 안 들으면 기저귀 찬다.”

이전 09화시빌 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