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나야 나!

38개월 5일

by fra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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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조카는 요즘 BTS에 빠져있다.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조카는 작년까지 만해도 트로트에 빠져있었다. 막걸리 한잔부터 여백까지 오디션 프로그램인 미스터 트롯 참가자들이 불러 화제가 된 트로트는 죄다 따라 부르곤 했다. 그러던 아이가 요즘엔 BTS에 빠진 것이다. 갑자기 트롯에서 아이돌 노래로 음악의 스팩트럼을 넓힌 이유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초등학교 친구들 때문은 아닌가 짐작해본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주아는 차의 이름이 대부분 영어여서인지 알파벳을 일찍이 읽었다. 주아가 이거 무슨 차야 하고 물어보면 가끔 헷갈릴 때가 있다. 그럴 땐 뒤로 가서 차 이름을 보고 알려줬다. 처음 보는 자동차를 보면 주아는 먼저 뒤로 가보자며 나를 이끌기도 한다. 손으로 알파벳을 짚어가며 하나하나 읽어가는 게 신기하다. 가끔은 내가 차 이름을 틀리면 한 두 번도 아닌 일이었던 것처럼 이빠 몰랐어 하며 무안하게 만들기도 한다.

“주아야? 저기 차 봐봐. 저게 험머라는 차야.”

주아는 그 차를 유심히 보다 뒤편에 JEEP라고 써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지프라고 이야기한다. 어? 진짜 지프네 하며 내가 머쓱해하면 아빠 몰랐어 하며 또 날 무안하게 만든다. 튜닝을 해서 몰라봤네 라며 알아들지도 못할 말로 변명을 하곤 한다. 차로 시작된 영어의 관심은 어린이집 영어 시간을 기다리게 했고 거기서 배운 알파벳 송도 완창 하게 만들었다. 비록 발음이 정확하진 않고 순서도 뒤죽박죽이긴 하지만. 주아야 에이비시비가 아니라 에이비시디야 따라 해 봐 디! 디! 열심히 알려줘도 주아는 다시 에이비씨비 이에프지 노래를 이어간다. 스스로도 다 부를 수 있는 것이 뿌듯한가 보다.


하루는 처제네 차를 타고 집으로 오던 길 뒷좌석에는 아내와 주아, 연년생인 조카 둘이 타고 나는 조수석에 앉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BTS 이야기가 나왔다. 운전 중이던 처제는 요즘 채운이가 BTS 노래를 잘한다면 매일 유튜브를 본다고 했다. 뒷자석에 타고 있던 채운이는 우리 얘기를 듣고는 태블릿 pc를 꺼내 BTS 노래를 틀었다. 그리고 다이너마이트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영어 가사를 제법 잘 따라 했다. 나와 아내는 놀라서 채운아 너 영어 잘하네 하며 칭찬하자 더 집중하며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가 후렴구에 다다르자 채운이는 단어를 놓칠세라 더 열심히 따라 부르는데 어디선가 다른 노래가 들렸다. 다이너마이트를 방해하는 듯한 노래, 익숙한 멜로디의 노래, 영어로 된 노래였다.


엄마 품에 앉아있던 주아가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에이비씨비 이에푸지 에이치아이제이케이 에너너너노피 더블유 엑스……”


우리는 긴장된 얼굴로 입을 크게 벌리며 영어 노래를 부르는 주아를 보며 노래보다 더 큰 소리로 웃었다. 한참을 웃고는 칭찬도 잊지 않았다.


“우리 주아도 영어 노래 너무 잘하네!”


노래를 방해받은 형아의 입은 불쑥 나왔지만 그런 걸 주아는 알 리가 없다. 나도 영어노래 잘할수 있다는걸 보여줬고 또 엄마, 아빠, 이모의 관심을 끄는 데도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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