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개월 25일
주아와 처음으로 놀이공원에 다녀왔다. 낮에는 어린이집을 다녀야 했기에 저녁 6시부터 폐장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는 야간권을 끊었다. 주아는 공원에 들어가자마자 사방을 살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신나는 음악, 알록달록 건물과 장식들은 주아의 시선을 한순간에 빼앗었다.
아직 어려서 탈 수 있는 놀이기구가 많진 않았지만 자동차나 기차처럼 생긴 기구들이 하늘을 오르내리는 모습에 들썩이는 주아는 이미 많은 놀이기구와 한 몸이 되었다. 그나마 탈 수 있는 기구를 아빠와 함께 타며 하늘을 날기도 하고 자동차 운전도 해봤다. 특히 작은 자동차 놀이기구를 제일 좋아했다. 여섯대의 자동차가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놀이기구였다. 주아는 놀이기구가 끝나면 또다시 줄을 서서 안 타본 자동차를 타고, 끝나면 다시 안 타본 차를 타며 여섯대의 자동차를 모두 탔다. 핸들을 요리조리 돌리기도 하고 버튼을 눌러 노래를 틀기도 하고 엄마, 아빠가 보이면 손도 흔들었다. 그토록 좋아하는 자동차를 원 없이 탔다.
저녁을 먹으며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고 있는데 신기한 걸 발견했다. 사진 속 주아는 앞을 보지 않고 죄다 주변을 보고 있었다.
“자기야, 사진 좀 봐봐. 주아가 앞을 안 보고 전부 옆을 보고 있어. 진짜 재밌나 봐.”
사진을 찍는 순간에도 두리번거리던 것이었다.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것처럼.
부모가 되면 놀이공원 가는 일은 손꼽히는 힘든 일이다. 부모들은 두어 시간만 지나도 진이 빠지고 다리가 뻐근해오지만 아이들은 동화책을 넘기듯 지루해 하지않고 지치지 않는다. 처음엔 아이들이 부모를 따라오지만 나중엔 부모가 아이들을 따라다닌다. 갑자기 다리가 아프다고 안아달라고 하면 이 악물고 안아준다. 그러다 놀이기구가 보이면 얼른 내려달라며 뛰어가는 걸 볼 때면 저게 진짜 힘들어 안아달라 그러 건지 괜히 약이 오르기도 한다. 그래서 놀이공원을 갈 땐 적어도 취학 전 아이들에겐 유모차가 필수다. 부모와 아이 모두를 위해서.
별처럼 빛나는 조명을 가로질러 주차장으로 가는 길. 목마를 탄 주아를 올려다보며 재미있었냐고 물었다. 주아는 엄청 재미있었다며 내일 또 오자고 한다. '응' 그러자며 착한 거짓말을 했지만 주아는 '와 신난다'며 진심으로 답했다. 내일 일어나면 제일 먼저 오늘 놀이공원 가냐며 물어볼 주아에게 뭐라고 대답해야할까. 오늘은 놀이공원이 공사해서 못 간다고 또 눈속임을 하겠지만 마음속으론 아마 꼭 다시 걸 것을 수십 번 약속할 것이다.
주아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진심으로 행복했으니까. 까짓것 힘든 건 아무것도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