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개월 27일
주아와 가위바위보를 한지 꽤 되었다. 처음 시작할 때 주먹과 보에는 별 어려움이 없었는데 가위를 낼 때는 검지 하나만 쭉 폈다. 중지와 함께 펴는 걸 힘들어했던 것이다. 요즘엔 검지와 중지를 동시에 펴며 가위를 낸다. 가위 모양을 제대로 낼 수 있어서 가위바위보 게임도 수월해졌지만 그것 말고도 사진 찍을 때 브이자 모양으로도 쓰이니 뭐 하나 잘 배우면 여러모로 잘 유용하다.
이젠 가위바위보 시작 전 노래를 부른다.
“안 내면 진다 가위바위보”
전 국민이 다 아는 가위바위보 시작 노래를 주아도 하기 시작했다. 내가 말로 ‘가위바위보’ 하고 주먹을 내면 다시 하자면서 시작 노래를 부른다. 그런데 노래를 잘 들어보니 ‘안 내면 진다’가 아니다. ‘안 넘어진다 ’로 들리는 것이었다. 주아에게 노래를 다시 해보라고 했다. 내가 들은 가사가 맞았다. ‘안 내면 진다’가 아니라 ‘안 넘어진다 가위바위보’. 난 너무 웃겨 뒤로 넘어졌다. 안 넘어질 수 없었다.
“주아야! 안 넘어진다가 아니라 안 내면 진다야”.
알려주어도 이미 입에 붙었는지 바뀌질 않는다.
이번엔 내가 가위를 엄지와 검지를 펴서 냈다. 그러자 주아가 나에게 차분하게 알려준다.
“아빠, 왜 총을 내. 그건 총이야.”
난 또 한 번 뒤로 넘어졌다. 이것도 가위라고 알려줘도 계속 총이란다. 가위는 검지와 중지로만 해야 한단다. 너무 귀여워서 총을 집게로 만들어 볼을 꼬집었다.
‘근데 주아야, 너 그거 아니? 넌 무조건 가위 먼저 내더라. 엄마가 가위 잘한다고 칭찬해주니 가위부터 내는 거지? 언제 한번 아빠랑 큰거 걸고 가위바위보 한판 하자'.
뭐하나 잘한다 그러면 거기에 빠져 사는 시긴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