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arang Jan 17. 2024

우리의 시간은 같은 속도로 흐른다

67개월


주아가 일곱 살이 되었다. 세월 참 빠르다. 아이들의 시간과 어른의 시간은 다른 속도로 흐르는 게 분명하다. 기저귀를 찼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곱 살이라니, 아이는 커가는 거라 말하지만 어른들은 늙는다고 말하는 세월의 대비가 야속하다. 하지만 이런 야속함에도 작은 위안은 나이가 들수록 나이 듦에 무뎌진다는 것, 세월의 타격에도 맷집이 생긴다는 거다. 나이가 들수록 나이는 그저 숫자일 뿐이다. 이렇게 애써 위안 삼는 것도 나이 많이 먹은 사람들이 젊어지려는 자구책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느새 주아는 일곱 살이 되었다.    

 

일곱 살이 되자마자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은 내년이면 학교 가겠네 라는 말이다. 새해 인사와 더불어 꼭 묻는 말은 아이가 이제 몇 살이냐는 것과 일곱 살이라고 답하면 내년이면 학교 가겟네 라며 아이들은 금세 큰다고 말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아는 이제 일곱 살이 됐는데 일 년을 훌쩍 뛰어넘어 학교 갈 때가 됐다고 말하는 게 조금 이상했다. 일곱 살이 된 지 겨우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여덟 살 때 벌어질 일을 이야기 한다. 생각해 보니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10개월쯤 되면 이제 곧 걷겠네, 24개월쯤 되면 곧 말하겠네, 30개월쯤 되면 이제 곧 기저귀를 벗겠네, 네 살이 되면 내년엔 유치원에 가겠네, 여섯 살이 되면 내년엔 유치원 최고 형님이네 라고 말했다. 이처럼 아이들은 매년 어른의 시간에 맞춰 몇 개월이나 일 년을  뛰어넘어 먼저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빨리 크길 바라는 마음, 그쯤 되면 그 정도는 해야 한다고 미리 준비하고 가르치라는 마음에서 하는 말일 것이다. 아이는 실패를 모으며 현재에 살지만 어른들은 기대가 넘치는 미래에 살고 있다. 서로의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      


그런 말을 들으면 괜한 염려가 생기곤 했다. 걸음이 늦으면 어쩌지, 말이 늦으면, 스스로 용변을 못 보면, 유치원에 적응 못하면. 하지만 지나고 보니 부질없는 걱정이었다. 매 순간 아이 곁에서 놀아주고 알려주고 때론 혼내다 보면 할 건 하는, 그 이상을 하게 되는 성장의 신비로움을 경험하게 된다. 모든 게 처음이라 불안과 긴장에서 오는 부모들의 조급함이 문제였던게다. 처음이다 보니 그럴 수 있다. 해를 넘겨 일곱 살이 되니 괜한 조바심이 생겼다. 한글을 다 떼야 할 텐데, 숫자 100까지는 셀 수 있어야 하는데, 더하기, 빼기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는데….하지만 이미 경험했듯이 때 되면 다 하는 것들은 걱정 않기로 했다. 조급해한다고 못하던 걸 하게 되지 않듯, 떠민다고 빨리 성장하지 않듯.      


대신 얼마 남지 않은 유아 시절의 귀여움을 만끽하며 순간순간을 꽉 채워가며 나이를 먹어가기로 했다. 몇 개월, 몇 년 앞서 살 필요 없이 다신 안 올 지금, 이 순간에 머물며 다가오는 세월을 맞이한다면 주아와 나의 시간은 같은 속도로 흐르지 않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