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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킴 Feb 12. 2021

어린이 손님을 환영합니다

뉴질랜드 카페에는 노키즈존이 없다

우리 가족은 주말이 되면 종종 동네 근처 카페에서 아침 겸 점심으로 커피와 빵을 사 먹곤 했다. 뉴질랜드에는 카페가 정말 많지만, 곳곳마다 커피 맛이 조금씩 다르고 분위기도 달라서 취향에 맞는 곳을 찾아야 한다.


가끔 그런 날이 있다. 집에서 밥을 차리고 싶지 않은 날. 남이 타주는 커피와 남이 만들어 준 음식을 먹고 싶은 날. 주부라면 하루쯤은 마음 편히 늘어지고 싶고 여유를 부리고 싶은 날이 있지 않을까.


색칠하면서 놀아요


주말 오전이라 손님이 많았지만, 다행히 빈 테이블을 발견했다. 카페에서 일하는 직원은 우리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자리에 앉는 걸 보더니 우리에게 메뉴판을 전해주고, 아이들에게는 무언가를 따로 나누어 주었다. 그림이 그려진 도안과 크레파스가 담긴 작은 통이었다. 의아해하며 두리번거리고 있었는데 옆 테이블에 앉은 아이들도 색칠 공부를 하는 게 아닌가.


카페라는 곳은 자칫 어린이에게 지루한 공간이 될 수도 있다.  흥미로운 놀잇감이나 재미있는 영상이 나오는 것도 아니라서 어린이들에게는 어쩌면 큰 인내심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카페에서 제공하는 그림과 크레파스를 보며 아이들이 잠시나마 지루한 틈에서 벗어나게끔 도와주려는 일종의 배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림 도안뿐만 아니라 단어 퍼즐이나 미로 찾기가 그려진 종이를 주는 곳도 있다. 아이들이 각자 좋아하는 색으로 그림을 그리는 동안 우리 부부는 잠시나마 마음의 평화를 느끼며 커피에 집중할 수 있었다.

 

색칠 공부하는 아이들


아이들의 전용 공간


어떤 카페는 뒷마당에 아이들이 놀 공간을 따로 마련해 놓는다. 큰 트램펄린이 놓여 있는 곳도 있고, 미끄럼틀이나 작은 붕붕차 같은 놀잇감이 여기저기 무심하게 놓여 있다. 에너지가 한참 넘치고 활동적인 아이들은 자리에 앉아있는 것도 힘들다. 그럴 때 뒷마당에 있는 어린이 공간에서 마음껏 뛰어놀아도 괜찮다.


이러한 공간 때문에 오히려 시끄럽고 소란스러우면 어쩌나 걱정할 수 있지만, 놀라웠던 건 사람들은 그 안에서 나름의 질서를 지킨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하여 아이들이 너무 크게 소리를 지르거나 울지 않도록 계속 주시하고 주의를 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커피는 언제 어떻게 마실 수 있는 걸까.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며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야외에도 작은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되어 있다.


카페 뒷마당에 설치한 트램펄린


어린이 전용 메뉴 플러피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카페나 식당에는 대부분 어린이를 위한  '키즈 메뉴'가 있고, 어른들이 먹는 양에 비해 적은 만큼 가격이 어른 메뉴 절반 정도 된다. 주로 핫도그, 피자, 치킨너깃이나 감자튀김이 대부분이지만 귀엽고 앙증맞은 어린이용 접시에 담겨 나오기도 하는데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뉴질랜드 카페에는 플러피(fluffy)라고 부르는 음료가 있다. 이 음료는 에스프레소 잔에 담겨 얼핏 보면 커피처럼 보일 수 있는데 우유를 스팀 해서 만든 풍성한 거품 위에 코코아 파우더를 뿌려 부드럽고 폭신한 마시멜로와 함께 나온다.


아이들도 가끔 어른들처럼 손님으로 대접받고 싶은 날이 있지 않을까. 섬세한 바리스타가 만들어준 플러피 덕분에 아이들은 이뻐서 먹기 아깝다며 미소를 머금고 한참 동안 하트 모양을 감상했다. 가격은 1~2달러인데 이 정도면 가격 대비 꽤 괜찮은 서비스가 아닌가 싶다.


어린이 음료 플러피


뉴질랜드가 아이들의 천국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결코 거창하거나 화려한 것 때문이 아니었다. 집 밖에 어느 곳에서도 어린이를 두 팔 벌려 환영하고 마음껏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었다. 비단 카페나 레스토랑이 아닐지라도, 어린이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배려해서 만든 공간이나 엔터테인먼트를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어른과 어린이 구별 없이 가족 친화적인 분위기 속에서 모두가 동일하게 서비스를 받고 여유를 부릴  있는 공간이 많아서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래서일까. 공공장소 어디를 가든 아이들 특유의 밝고 건강한 에너지를 느낄  었다. 아이들을 반겨주는 곳이 많으므로 자녀들을 동반한 부모가 덩달아 마음이 편안해지는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모든 것은 서로에게 최소한의 예의와 세심한 배려를 의식하며 지켜나갈  가능한 것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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