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육아서를 멀리한 이유
'엄마'로서 첫 육아 서적을 구입한다는 것은 감격스러운 일이었다. 그동안 겪어보지 않은 새로운 세상에 첫 발을 디딜 때 동행해 주었던 책들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임신 한 사실을 알았던 순간부터, '임신 출산 육아 대백과', 아이가 태어난 후 구입한 '삐뽀 삐뽀 119소아과' 그리고 아이가 이유식을 처음 시작할 때 '아기가 잘 먹는 이유식은 따로 있다', 이렇게 삼종 세트를 차례차례로 들이게 되었다. 그 당시 아이를 키우는 집에는 무조건 집 안 어딘가에 꼭 구비하고 있어야 하는 일종의 육아 바이블 같은 것이었으므로.
아이가 잠을 못 잘 때, 아이가 아플 때, 아이가 이유식을 잘 안 먹을 때, 엄마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책을 보며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 아이를 처음 키워보는 엄마로서는, 경험이 부족하므로 객관적인 정보에 많이 의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책에 나오는 내용과 우리 아이의 발달 상황이 서로 맞지 않으면, 덜컥 겁이 났었다. 첫째는 걸음마를 15개월에 시작했다. 평균적으로 빠르면 보통 첫돌 전부터 걷기 시작하니,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는 건 사실이었다. 나는 내 아이를 책에서 언급하는 그 '평균'과 자꾸 비교하고만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육아서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육아에서 지식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육아서는 아이를 어떻게 잘 다룰까 배우는 책이 아닙니다.
부모인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치유하는 거울입니다. 육아 서적을 볼 때는 하루에 서너 장만 읽으세요. 그리고 읽은 시간만큼 조용히 생각을 하십시오. 그럴 때 더 남는 게 있습니다.
<하루10분, 내 아이를 생각하다> p9
시간이 지나면서 한 가지 분명히 깨달은 것은, 내가 육아 서적을 뒤적이며 느낀 그 불안감의 원인은 아마도 엄마로서 겪는 많은 시행착오로 인해 자신이 없었고, 내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는 믿음이 부족해서 생기는 감정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나 자신을 먼저 믿어야 하는데 나 자신을 많이 돌아보지 못했던 것 같다. 믿어야 할 것은 육아서의 내용이 아니라 엄마 자신의 능력이어야 할텐데 말이다.
우리 집 아이들은 지금 초등학생이 되었고, 나름의 방식대로 잘 발달하고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난 다시 육아서로 돌아왔다. 어쨌든 책은 내가 길을 잃거나 방황할 때 나침반의 역할을 해주는 가이드라인이 되어주고 있다.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나에게 지금 필요하고 지금 당장 도움이 되는 문장에 집중하며 , 책을 읽다가 불편해지면 내 마음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왜 불편하게 느끼지? 나는 왜 저자에 말에 공감하지 못할까? 결국 내 마음을 잘 알아야 같은 곳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육아서가 내 입맛에 맞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왠만하면 1+1처럼 부모의 마음도 함께 토닥토닥해주는 육아서라면 더욱더 좋겠다. 이미 육아로 지친 고단한 부모 마음에 강하고 모질지 않게, 소곤소곤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는 문장이 담긴 책은 열어 보지 않을 이유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