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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킴 Aug 06. 2021

이제는 과거에 미련을 두지 않기로 했다

가끔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 일탈을 꿈꾼다. 그리고 이런 상상을 해본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는 티켓이 생겼다. 그때 그 시절 내가 선택한 것을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오랜 시간이 지나 잊을 법도 하지만 여전히 꿈에 나타나는 장면이 있다. 회사 안 좁은 공간, 나와 나란히 앉아있는 상사의 뒷모습, 건조한 말투와 함께 내려오는 업무지시 그리고 그사이에 맴도는 팽팽한 긴장감. 꿈을 꾸다 깨어나면 마치 현재 진행형인 것처럼 잔상이 생생하게 머무른다. 가슴이 철렁하기까지 하다.


적성에 맞는 일을 하고 있던 건 아니었지만 일은 어떻게든 배워서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무작정 버틴 것이 화근이었는지 한 번의 유산을 경험하고 나서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결혼하면 아이는 가질 수 있을 때 자연스럽게 생기는 줄 알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면 보람을 느끼면서 즐겁게 회사생활을 할 줄 알았는데 매일 아침 내가 마주한 것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방황하는 일이었다. ‘일과 육아 둘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하지?' 라는 정답이 없는 질문만 던지고 있었다.


나는 멀티태스커가 될 자신이 없었다. 결국 나는 아이가 다시 생겼을 때 주저하지 않고 바로 사표를 냈다. 힘들게 얻은 아이라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자유롭게 숨을 쉬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그곳을 벗어나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고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다는 나름의 합리화를 만들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했다. 과거의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자의든 타의든 만들어낸 선택의 결과물이 지금 이 순간인 것이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나는 소중한 아이를 얻었고 감사하게도 아이는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사람 마음은 참 간사해서 가끔은 현재에 만족하지 못한 채 다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토록 바라던 소망이 이루어졌는데도, 가지지 못한 것에 미련을 둔다. 나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버린 내 커리어의 빈자리 때문에 마음 한편은 늘 불안으로 휩싸였다. 또 정답이 없는 질문을 던졌다.


'그때 내가 이성보다 감정을 앞세웠던 건 아니었을까? 그 상황에서 내가 마주한 문제들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진지하게 세웠더라면? 내 주변에 현실적인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인생 선배들이 많았더라면?’



애초에 완벽한 선택, 완벽한 확신은 존재하지 않았다. 자신이 원하는 충족된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면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에 정답 같은 선택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숱하게 실패한 선택들이 공존했을 것이다.

<태도에 관하여>, p.23



애석하게도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설령 돌아간다 해도 그 안에서 또 다른 고민과 힘듦이 분명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조금이나마 마음에 평온이 찾아든다. 살면서 과거의 선택을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은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렇다고 과거를 지울 수는 없는 노릇일 테고.


현재 내가 가진 선택권은 과거에서 얻은 교훈으로 나의 미래 모습을 꿈꿔 보는 것이다. 경로를 잠시 이탈해도 수정할 기회는 얼마든지 가능하니 서두르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그러니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칠 때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갈 것이 아니라 미래로 가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 걱정 말아요 그대 노래 가사처럼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다. 지나간 세월을 되돌릴  없더라도 훨씬  의미 있고 충족할 삶을 만드는  현재를 사는 나의 몫이라는  놓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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