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랭코 Jan 10. 2022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

대화카드 만들기 프로젝트

새로운 매체가 중개하는 삶은 우리를 곤경에 빠뜨렸다. 얼굴을 맞대고 나누는 대화는 가장 인간적인 행동이다. (그리고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기도 한다) 상대와 온전히 마주해야 비로소 경청하는 법을 배우고 공감 능력을 기를 수 있다. 또한 자기 말이 전달되는 기쁨과 이해받는 기쁨을 경험하게 된다. 

─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 셰리 터클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

안녕하세요. 프랭코입니다. 저는 코로나 이전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했고, 필요할 때 창고에 나가서 재고를 돌보며 생활하고 있는 문구 디자이너입니다. 이른바 새해의 팬으로 2022년을 손꼽아 기다리며 새해맞이 준비로 몇 개월을 쏟았습니다. 새해를 위한 길고 긴 계획 목록 중에는 사이드 프로젝트로 대화 카드(키트) 만들기가 들어있었고, 이 글은 그 프로젝트에 관한 것입니다. 그나저나 왜 하필 대화일까요. 지난해 거제에서 40여 명의 청년들을 만나 자신의 삶과 로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때로는 방에서, 아름다운 거제의 자연을 배경으로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 서로에게 가장 좋은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한 달이면 재활용 쓰레기를 내다 버리는 4번을 제외하면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외출하지 않습니다. 코로나로 상대와 대면하며 이야기할 기회가 많이 줄었고,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 좋은 대화는 더욱 진귀한 것이 되었습니다. 괜찮다면 초면에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사람조차도 누군가와 함께 있는 아날로그적인 순간에 마침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고 주제를 멋대로 정해버리고 만 것입니다. 게다가 듣기만 해도 꽤 재미있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죠. 그뿐입니다. 



기록: 프로젝트 워크로그 

시험 삼아 사이드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보려고 합니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언제나 깔끔하게 정리된 결과물 위주로만 친구와 손님들에게 보여주며 일했습니다. 그 중간의 고달픈 하소연이나 징그럽게 꼬여버린 난장판이 된 아이디어와 결과물, 무능함은 되도록 감추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올해는 이 어설픈 과정의 민낯을 공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꾸준한 무능함도 매일 조금씩 쌓아 올리면 어떤 언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기록은 종이 노트에 하고, 노션에는 프로젝트 일정을, 이곳 브런치에는 일주일에 한 번 프로젝트 과정을 글로 정리해 공유합니다. 


여기에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새해에 맞춰 사이드 챌린지 멤버십에 가입했습니다. 이곳은 사이드 프로젝트라는 다능인 커뮤니티와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는 혜윤 님이 꼽힌님과 함께 새로 론칭한 프로젝트 그룹입니다. 결과적으로 언제든 응원과 지지를 보내줄 서른 명의 근사한 동료가 생겼습니다. 만세! 꼼꼼한 가이드와 파일럿 스테이션 같은 체계적인 노션을 빌려주신 덕분에 나름대로 방향을 잡고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 설문이나 카트(키트) 테스트를 부탁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자유롭고 영감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멤버들의 대화를 숨죽이며 보고만 있습니다만, 찬찬히 마음을 열어나가겠습니다. 


 

대화카드 프로젝트 준비

*프로젝트 노트

문구 디자이너가 되어서 나쁜 점은 인쇄로 날린 돈이 꽤 된다는 것이고, 그보다 훨씬 좋은 점은 평생 써도 모자랄 만큼의 노트를 젊은 시절에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나 새로운 시도나 도전을 할 때마다 노트를 만드는 습관이 있습니다. 상처나 오염으로 판매하지 못하는 노트를 쟁여두었다가 필요할 때면 꺼내 사용합니다. 새로운 노트를 게시할 때면 언제나 기분이 좋습니다.  


*워크 로그 스탬프

아날로그 노트는 입력 속도가 느린 대신 여유를 두고 복잡한 생각을 순서 없이 정리하며 아이디어에 깊이를 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습니다. 기록의 즐거움을 좀 더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서 워크 로그 스탬프를 만들었습니다. 기록할 때마다 성취감도 좋고, 기록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해야 할 일 목록화 

이후로는 본격적으로 리서치 작업을 시작할 텐데요. 마음의 부담을 미리 줄여두기 위해 목록화 작업을 함께 병행할 예정입니다. 최대한 많은 리스트 작업을 통해 대화라는 키워드라면 조금이라도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선언: 과정 음미하기

처음에는 프로젝트 마감까지 3개월을 생각했었는데, 막상 새해에 본업의 무게감을 견주며 따져보니 그보다 더 오래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잘 된 일입니다. 무리하는 법 없이 제 속도에 맞게 최대한 오래도록 과정을 누리며 가고 싶거든요. 3개월 동안 제대로 된 콘셉트와 디자인 모티프, 그리고 내용을 확실히 정해  프로젝트를 정상 궤도로 쏘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 뒤로는 시간과 공을 들여 완성하는 데 힘을 써보겠습니다.  


생각해보면 삶의 어려운 길목에서 만난 좋은 대화는 저 자신을 계속 발돋움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대화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담겨 있습니다. 사랑과 우정과, 웃음과 창조성과 실수, 즉흥성과 인간다움이 부드럽게 흐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시간이 괜찮다면 이 프로젝트가 실현될 수 있도록 행운을 빌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구 디자이너의 저주, 너무 많은 노트가 있습니다. 그런데 좋습니다.
A급 노트 팝니다. 연락 주세요.
워크 로그 스탬프, 개인적으로 제작 의뢰도 있었다.
내 일의 종류가 잘 분류되어있는 응, 워크 로그 템플릿.
글씨는 제멋대로지만 아기자기한 기록을 좋아합니다.
프로젝트는 어쩌면 리스트와의 싸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은 계속 해야 할 일과 다투며 나가겠습니다.
프로젝트 맵핑, 개인적으로 가장 몰입하길 좋아하는 작업입니다.
사이드 챌린지 오리엔테이션 메모.
게더 타운 오리엔테이션, 힙하구나. 코스츔은 명탐정 코난의 괴도 키드. 물론 아무도 못 알아봤다.


*추신: 끝까지 읽어주셨군요. 감사합니다. 예술적인 하루 보내세요. 피스! 



#사이드챌린지 #마스1기 @sideseoul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