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 사용설명서
심리상담에 관심은 있는데 상담이란 게 도대체 뭘 하는 건지 애매하고 막연해서 부담되는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
상담에서 사용하는 개념이나 진행 방식은 상담자 입장에선 너무 당연하게 자리 잡다 보니 막상 언어화해서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가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내담자 입장에서 심리상담이란 사람 마음을 꿰뚫어 보는 독심술사에 의해 속마음을 낱낱이 분석당하거나 깨달음을 얻은 사람에게 인생의 해답을 구하는 일 같아 보이기도 하죠.
이런 비슷한 일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는 것도 같지만 당연히 실제 상담은 이렇지는 않습니다. 내담자 입장에선 상담 그 자체에 대한 막막함이 상담에 접근하는 데 장벽이 된다면 상담자 입장에서도 내담자들이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을 때 더 원활하게 상담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생각이 날 때마다 이 주제로 글을 써 볼 예정이에요. 우선은 감정을 찾아내기에 관해 이야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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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찾기는 심리상담에서 가장 중요하고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상담 대부분의 시간은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마주하기 어려워 묻어둔 감정을 찾아내고 구분하고 명확하게 하는 작업으로 진행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마음의 고통이 대부분 감정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데 원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감정을 명확하게 느끼고 표현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고 어색하고 부담스럽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매우 위험하고요. 단순히 익숙하지 않다면 방법을 익혀가면 그만이지만 일부러 감정을 누르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니까요. 이런 경우에는 좀 더 섬세한 과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감정을 잘 느낄 수 있기 위해서는 우선 그 어떤 감정을 꺼내도 괜찮다는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믿음을 가질 수 있으려면 그만한 안전감이 있어야 하고요. 일상에서 우리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꺼내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일단 누군가에게 감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약점이나 치부를 드러내는 것 같아 불안하기 때문이고요. 일상에서 진솔해지면 '진지충'이나 '노잼'이라는 얘기를 듣거나, 걱정이나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면 나약한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분노 감정을 드러내면 감정 표현이라기보다 공격으로 받아들여져서 매우 날선 반응이 돌아올 수도 있고요. 대체로 우리는 일상적인 관계에서는 일단 밝고 명랑한 정서를 좀 과하게 유지하려고 하는 경향은 있는 것 같습니다. 일상적이고 가벼운 관계에선 그게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고요. 누구나 진솔한 소통을 하고 싶어 하지만 동시에 타인의 깊숙한 속마음만큼 부담스러운 게 없기도 해요. '고백으로 혼내준다'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닌 거죠.
그래서 상담자는 내담자가 스스로의 감정을 잘 느낄 수 있도록 가능한 안전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세심하게 내담자의 감정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상담의 깊이는 내담자가 얼마나 자신의 감정에 깊이 몰입하고 세세하게 구분할 수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건 내담자와 상담자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일이고요. 그렇게 감정을 인식하는 능력을 길러가는 과정이 상담이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이런 과정을 거치면 대개는 스스로 잘 몰랐던 감정을 발견하게 되거나 이전까지 내것으로 인식하던 감정이 사실은 전혀 다른 감정이었음을 알게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상담에서 그때그때 느껴지는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 원인을 찾아보는 것만으로 상당 부분 심리적 안정과 통제감을 찾을 수 있습니다. 평소 심리적으로 건강하신 분들이나 일시적인 사건에 의한 스트레스를 겪고 계신 분들은 이 과정만으로도 스스로 방향을 찾아가시기도 합니다. 반대로 오래되었거나 너무 큰 고통을 가지고 계시거나 감정과 생각이 겹겹이 얽혀있는 분들은 이 과정이 오래 걸리고 어려울 수 있습니다.
좀 뜬금없지만 심리적 건강의 가장 기본은 사실 몸의 건강이긴 한데요. 이건 좀 너무 기본인 감이 있죠. 몸의 건강을 제외하면 순수 심리 건강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게 감정의 인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꼭 상담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감정을 잘 느끼고 이유를 파악하고 이름을 붙이는 일은 심리적 안정에 큰 도움을 줍니다. 그래서 거의 모든 심리치료 이론이 감정을 핵심으로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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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스트레스를 겪는 분이 이 글을 보고 계시다면 우선 스스로의 감정을 알아차려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글을 읽는 지금 이 순간 어떤 감정이 느껴지세요? 이 글을 읽게 만든 감정은 어떤 감정이었나요? 그런 감정이 왜 들었을까요? 그 감정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이나 몸의 느낌이 있나요? 이런 걸 막연히 생각만 하기는 좀 어려울 수 있는데요. 그럴 때 가장 손쉽게 도움이 되는 방법이 글쓰기입니다. 글쓰기는 그냥 떠오르는 감정이나 생각을 아무렇게나 쓰는 방법이면 충분하고요. 좀 더 구체적으로는 감정 일기가 좋아요. 감정 일기에 대해서는 조금만 검색해도 금방 찾아보실 수 있을 거니까 이 글에서는 자세히 다루지는 않습니다. 명상은 감정을 알아차리는 힘을 기르는 가장 검증된 방법 중 하나입니다. 이런 게 좀 어렵다면 우선 몸의 감각을 느끼는 데서 시작하는 것도 좋아요. 감정은 곧 몸의 반응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요가를 많이 추천하기도 합니다.
심리 상담을 받고 싶은데 상담에서 뭘 할지 몰라 상담실을 찾기 망설여진다면 우선 상담에서는 감정을 발견하고 구분하고 명확히 알아차리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