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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엉 Oct 05. 2016

차가운 오해를 받으며

 일어나자마자 집어든 핸드폰엔 이름만 아는 선배의 부재중 전화가 세 통이나 찍혀 있었다. 친하지 않은 사람의 갑작스런 연락은 부담스러움을 넘어 불길하기까지 하다. 어쩐 일이냐며 메세지를 넣자마자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솔직하게 말해줘."

"(뭐지. 하고 생각하며) 뭘요?"

"너는 B가 양다리 걸치는 거 알고 있었지?"

"뜬금없이 무슨 소리에요, 그게."

"넌 알고 있었잖아. 그리고 하나 더 물어봐야겠어. 너희 둘 무슨 사이야? 내가 괜히 오해하고 싶진 않은데, 그래도 물어봐야겠어."

"(이미 오해하고 있으면서 어떡하라는 걸까?) 그런 사이 아닌데요."

"그러니까 무슨 사이냐고? 내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라고 해줘. 솔직하게 말해줘."

"정말 아무 사이 아니에요."

"(그녀는 흐느끼고 있다.) 정말이지?"

"(나는 우는 여자에 약하다. 이 때 좀더 적극적으로 해명했어야 했나) 그래요. 울지 마요."

"일단 끊을게. 다음에 다시 보자."


 아, 오해받고 말았다. 또 '나쁜 년'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남자와 여자가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그러나 아는 사람조차도 되기 힘든 걸까. 나는 B의 사생활이 궁금하지 않다. 그의 여자친구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하지 않다. 다만 오해받는 관계가 되어버린 것이 슬프다. 후에 B의 여자친구는 역시 오해였다며 웃어 보였지만 사과는 없었다. 아직도 기분은 나쁘다고 한다. 아직도 의심하고 있다는 말과 무엇이 다를까. 차라리 할 말이 있다면 좋을 텐데. 우연한 손짓에서 진실을 찾아보려는 듯, 빤한 시선이 징그럽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무방비하게 웃어 보였다. 당분간은 B를 만나지 않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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