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고향이 없다. 집시처럼, 도착한 곳이 곧 고향이었다.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은 서글프다. 삶이 힘겨울 때, 날씨가 좋지 않을 때 혹은 그저 잠자리가 불편할 때.
갈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아픈 기억들로 가득한 곳이어서, 멀어서, 어쩌다 보니 갈 수 없는 곳이어서, 바빠서. 크고 작은 이유로 돌아갈 곳을 잃었다.
고향을 그리워한다는 것은 단순한 그리움이 아니다. 그곳에서 이루었던 것들, 사랑하는 사람들, 햇볕의 따사로움이라던가 나무의 푸르름, 지겹게 불던 바람 같은 것들이다.
삶의 권태가 느껴질 때 한 번씩 고향을 떠올린다. 어디라고 특정하기 힘든, 내가 지나온 고장들을 그린다. 도로 하나를 사이로 바다가 펼쳐진 곳, 매연으로 가득해 인상이 찌푸려지는 곳, 대형 마트 세 개가 도보 십분 간격으로 마주 보고 있던 곳.
아무 데도 나의 고향은 없다. 그러나 가끔 눅눅한 공기와 흘러나오던 달콤한 빵 냄새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