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엉 Nov 30. 2018

우울하지 않아야 될 이유는 없다

 나는 우울증 환자입니다. 이 말을 하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어릴 무렵, 안방 창문은 꽤 커서 알루미늄 샷시로 가로막혀 있었습니다. 낡은 아파트였습니다. 차 위로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 형광등을 바라보면 눈이 부십니다. 고요함 속에 가라앉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바람이 손목에 휘감길 때. 낙엽이 떨어질 때. 아이들이 소란스러울 때. 자동차가 비닐봉투를 터뜨리고 지나갈 때.


 교회에도, 성당에도, 절에도 가 보았습니다. 그 얕은 울타리 안에서 나는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적응할 수 없습니다. 자신으로 있을 수가 없습니다. 젊은 여자의 우울은 게으르고 오만하게 비춰지기 일수입니다.


 병원을 갑니다. 약을 먹으면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수족관이름 모를 물고기가 되어 입을 뻐끔댑니다. 아침마다 불쾌한 기분이 들지만 괜찮습니다. 왜 의사들은 무테 안경을 끼는지 모르겠습니다. 뿔테는 너무 촌스럽고, 금속테는 너무 차가워 보이기 때문일까요?


 쉽게 할 수가 습니다.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오래 앓아온 개인의 대피소 같은 곳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로 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