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계절을 삽니다. 긴 겨울, 간혹 봄이나 가을 그리고 여름을 삽니다. 올해는 오래도록 가을에 머물렀습니다. 여름인데도 가슴 한 켠이 서늘하였습니다.
살아가는 것은 힘이 듭니다. 예의를 지키고 분수를 아는 것이 그렇습니다. 의사는 꽤 많은 것을 시도하라 하고, 꽤 많은 것을 포기하라 합니다. 의무를 지키는 것이 처방입니다.
녹슨 새벽 하늘을 연기로 덧씌우는 것은 허무한 일입니다. 아무도 오지 않는 거리를 바라보는 것 또한 그렇습니다.
가능한 뒷걸음질 쳐 보았습니다. 아픈 허리와 얄팍한 잔꾀가 남았습니다. 예쁘게 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나의 일 년입니다.
당신은 어떤 계절을 살아가고 있을까요. 나의 시계가 다르게 돌아가는 까닭에, 놓쳐 버린 것이 안타깝습니다.
지금은 봄입니다. 여름이 간절하지만, 태양이 마음대로 높게 뜰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봄의 달이 아름답다고 위로하며 잃어버린 당신을 다시금 잊어버리자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