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죽지 못해서입니다. 열심히 살으라는 말이 그렇게 잔인할 수가 없습니다. 죽은 각질을 뜯는 일에 집중합니다. 툭툭 떨어지는 것들이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삶에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 검은 펜촉으로 손목을 그어 봅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스치는 날카로움을 견디고 부푼 자국을 매만지는 것. 고작 그것이 용기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어리석습니다. 찰랑거리는 젊음을 고통에 쏟아 붓고 있습니다. 늙음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귀처럼 모든 것을 삼키려 애씁니다.
죽음에 웃음으로 답합니다. 이후를 상상하는 것조차 지겹습니다. 눈물 흘리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