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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엉 Mar 05. 2019

나아지고 있을까

 의사는 내게 공감장애가 있다고 합니다. 스물 몇 해를 살아오면서 알아채지 못한 감정이 얼마나 될까요. 나를 떠나갔던 사람들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역시 미안합니다.


  감정이란 아직도 생소하고 낯선 것입니다. 삐죽하게 튀어나온 감정은 재빨리 알 수 있지만, 아슬아 줄타기 같은 뉘앙스는 마치 사막 한 가운데 빠진 듯한 기분이 들게 합니다. 혹자는 내가 너무 이상하다고 하지만, 이상한 것은 스스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은 왜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을까요. 감정이 없다면 부족한 사람일까요. 이해는 할 수 있습니다. 느끼지 못할 뿐입니다. 설리반 선생님이 손에다 물 적시며 가르쳤던 것처럼, 가르침이 더 필요할 뿐입니다.


 나는 나아지고 있을까요? 감정을 알고 난 뒤 세상이 보다 두려워졌습니다. 소용돌이치는 것들을 견딜 수 없습니다. 웃고, 울고, 떠들고 다시 웃는 것을 견뎌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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