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너무 어둡습니다. 잠시 길을 잃기로 합니다. 해가 내리쬐지 않는 곳에서, 그늘에 잠겨 있기로 합니다. 그렇습니다. 길을 잃었습니다.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타국에서 백이십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음이 편했냐고 물으신다면 아니라 하겠습니다. 낯선 사람들은 좋습니다. 그들은 나를 모릅니다. 그저 친절한 여행자로 기억될 것입니다.
까만 잇몸의 미소와 따뜻한 침묵 속에 잠겨 살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디로 가야 할까요. 잘 살기 위해 평생을 떠돌아다녀야 한다면 어떨까요.
끝은 아쉬움과 질문투성이입니다. 조국의 익숙한 먼지를 뒤집어쓰면 새파란 안도감이 듭니다. 새벽 공기에 간담이 서늘해집니다.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