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분석의 필요성
시장분석은, 아래 5가지를 기억하자.
시장규모, 성장률, 시장정의, 탐샘솜(TAM, SAM, SOM), 출처표시.
시장규모는 탐샘솜(TAM, SAM, SOM)을 도구로 활용해 분석하고, 출처표시는 누락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여기서 TAM은 Total Addressable Market의 약자로 전체시장을, 그리고 SAM은 Service Available Market의 약자로 유효시장을, SOM은 Service Obtainable Market의 약자로 거점시장(또는 초기진입시장)을 의미한다.
예비창업가를 대상으로 사업계획서 작성 교육을 해보면, 시장분석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시장규모 등을 숫자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 사업계획서에서 숫자가 필수요소인 목차를 살펴보면, 시장분석과 재무계획, 사업성과 정도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데, 본문 목차 9개 중 3개 이상으로, 비율로는 30%가 넘기에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다.(본 글은 커버를 제외한 피칭덱의 본문 목차를 문제정의로 시작해 아이템, 시장분석, 경쟁분석, 비즈니스모델, 시장검증/사업성과, 향후전략, 재무계획, 팀역량 순으로 9가지를 제시한다.) 창업가는 아이템 기획 및 개발뿐만 아니라 경영 역량도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숫자에 익숙해져야 한다. 어떻게 보면, 시장분석은 그 첫발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시장분석 때문에 사업계획서 작성을 못하겠다거나, 지원사업의 신청을 포기하겠다는 결정을 할 수도 있다. 일종의 장벽 역할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시장분석은 창업가 자신에게뿐만 아니라 평가자, 투자자, 내부자 등 제3자를 포함해 모두에게 필요하다.
창업가 입장에서는, 시장분석을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또는 아이템의 선택 '기준'으로 사용해야 한다. 창업가가 탐색해 발굴하고 정의한 문제, 또는 그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템(기술)이, 새롭거나 혁신적 일지라도 고객의 수가 적거나 수요가 많지 않다면, 선택하지 않거나 후순위에 두어야 한다. 또는 해당 아이템이나 기술이 사용될 규모가 충분히 큰 시장을 찾아내야 한다. 왜냐면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거나 스케일업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장분석을 사업계획서에서 써야 하는 필수목차 중 하나니까 작성한다는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 즉 창업 아이템을 결정한 후, 사업계획서 작성이 필요하니까 그제야 비로소 시장분석을 시작하는 것은, 순서가 틀렸다. 창업 아이템을 선택하기 전에 시장규모를 추정해 어림잡아 계산해 봄으로써, 시장진입 첫해에 어느 정도의 매출을 만들 수 있겠는지, 또는 창업가가 생각하는 수준의 소득을 창출하기 위해선 얼마만큼의 고객수가 필요한지, 같은 맥락에서 아이템의 판매단가는 얼마가 적정한지 등을 검토해 아이템 '선택의 근거'로 삼아야 한다. 아이템 선택 과정에서의 시장분석은 디테일하거나 정확할 필요가 없다. 추정에 지나친 가정이나, 큰 오류가 없으면 된다. 시장분석의 정확성과 디테일은, 아이템을 선정하고, 시장을 타겟팅한 후에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면서 높이면 될 일이다.
시장규모를 추정해 계산하는 방법은, 아래의 공식을 활용한다.
고객수 X 단가 X 구매횟수(1년 기준)
평가자 또는 투자자 입장에서, 시장성은 사업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다. 평가기준을 카테고리화해 보면, 기술성 및 시장성, 사업성으로 나눌 수 있는데, 기술성은 아이템 및 팀 역량 등과 관련되고, 사업성은 수익성 및 매출-비용구조, 비즈니스 모델 등을 말하며, 시장성은 시장의 수요와 플레이어(경쟁강도), 외부환경(정책, 규제 등) 등을 의미한다. 기술성이 창업팀의 내적요소를 평가한다면, 시장성은 창업팀의 외적요소를 평가한다는 점에서, 시장성의 필요성을 평가요소의 균형 측면에서도 이해할 수 있다. 지원사업 등을 위해 창업가(팀)를 평가하는 입장에서는, 평가의 형평성이 중요하다. 때문에 평가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복수의 평가자를 섭외해 평균값을 사용하고, 다수의 평가자가 동일한 평가항목에 대해 정량적으로 평가하도록 시스템을 셋팅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의사결정 자체는 주관적이지만, 결정으로 인한 결과에 책임이 따르고, 커리어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투자결정을 위한 근거가 필요하며, 그 근거는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장분석에서의 시장규모와 연평균성장률은 정량화된 데이터를 제공하므로 객관성과 신뢰성을 담보하는 수단이 된다.
사실, 평가자 또는 투자자가 시장과 관련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래서 가장 먼저 확인하고 싶은 것은, 창업가의 시장에 대한 접근이다. 무슨 말이냐면 창업가가, 고객을 누구로 타겟팅했고, 그래서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창업가의 관점(접근방법)을 알고 싶어 한다는 뜻이다. 이를 피칭덱의 어느 부분에서 알 수 있냐면, 바로 시장정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시장은 탐샘솜(TAM, SAM, SOM)에서 SOM으로 거점시장(초기진입시장)이다.
물론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시장정의보다 시장규모와 연평균성장률(CAGR, Compound Annual Growth Rate)이 중요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다. 내 논리는 이렇다. 평가자 또는 투자자 입장에서 시장규모와 성장률은 당연히 크고 높다고 전제하고 시작한다. 작거나 감소한다고 말하며 지원사업선정이나 투자유치를 말하는 창업가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피칭을 듣는 상대방이 잘 아는 분야이거나, 또는 현재시점을 기준으로 경제/산업 흐름 측면에서, 상식적이지 않거나 예상했던 모습, 사실과 다르다면, 시장규모나 성장률이 먼저 눈에 들어올 수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시장규모 및 성장률 모두 시장이 특정되어야 비로소 산출이 가능한 숫자다. 일단 순서적으로도 시장을 정의해 대상이 선정되어야 계산이 가능하고, 추산을 위한 논리도 만들 수 있다. 창업가가 거점시장(초기진입시장, SOM)을 어떻게 제시(정의)하는지 보면, 창업가가 어디까지 고민해 봤는지 가늠이 된다. 즉 시장정의를 통해 창업가가 한 생각의 깊이를 알 수 있다. 고민의 깊이라 하면, '문제정의' 파트에서 보여줬다고도 반문할 수 있는데, '문제정의'에서는 고객과 문제만 등장했다면, '시장분석'에서는 여기에 해결방법으로서 아이템과 제공가치를 결합해 사업내용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