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프로그램도 좋네요
쿠알라룸푸르에서 발견한 새로운 시각
국제학교는 나와는 관련이 없는, 마치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10주 동안 쿠알라룸푸르로 영어캠프를 가지 않았다면, 이 선입견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그곳에서 머무는 동안 아이가 국제학교에 관심을 가지면서 적극적으로 검색하고 유학원과 상담을 하면서 조금씩 변해갔다. 평상시 나는 책이나 직접 경험을 통해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데서 큰 기쁨을 얻는다. 쿠알라룸푸르에서의 3개월은 아이들의 영어 실력 향상뿐만 아니라, 내게 국제학교에 대한 관점을 바꿔준 시간이었다. 이번 글에서는 나처럼 새로운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며, 국제학교와 말레이시아 대학교육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예전 MBC의 '공부가 머니'라는 프로그램에서 쇼호스트 홍나연 님의 아들이 말레이시아 국제학교에서 공부한 후 아이비리그에 합격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때는 '왜 말레이시아를 갔지?'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아이들과 함께 영어캠프로 말레이시아에서 지내면서 알게 되었다. 말레이시아에는 200개가 넘는 국제학교가 존재하며, 교육열이 상당히 높다는 사실을 말이다. 국제학교에는 외국인 학생들뿐만 아니라, 자국민 학생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말레이시아는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으며, 이로 인해 대부분의 국제학교들이 영국식 커리큘럼을 따르고 있었다.
내가 끌린 국제학교의 매력
내가 국제학교에 관심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의 일상이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아이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여유 시간도 없이 공부에 매달리며, 대학입시를 위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의 10대 생활은 달랐다. 학업에 집중하기 시작하는 시기가 9~10학년으로 우리나라와는 큰 차이가 있었으며, 여유로운 일상을 보내면서도 좋은 입시 결과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서 말레이시아 국제학교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다.
한국에서는 내신과 수능을 준비하는 것 외에도 추가로 영어 공부를 해야 해외 진출이 가능하지만, 국제학교에서는 A-Level이라는 시험을 통해 전 세계 대학에 지원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국제학교의 교육과정은 학업성취도만을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중요하게 여기며 스포츠, 예술, 음막, 그리고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 등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또한,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과 교류하며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자연스럽게 글로벌 마인드를 체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국제학교 선택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학비였다. 우리나라에서 인가를 받은 국제학교의 연간 학비는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 수준으로,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에서는 연간 학비가 500만 원 미만인 학교부터 3,000만 원 이상인 학교까지 다양하게 존재한다. 생활 물가도 한국보다 저렴하며, 인종차별에 대한 우려도 적고, 오히려 한류 열풍 덕분에 한국인을 반기는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어쩌면 지금이 한국인이 해외에서 가장 살기 좋은 시대일지도 모른다.
국제학교 구분
국제학교를 고등학교 학비 기준으로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A : 3000만 원 이상
B : 1000만 원 후반~2000만 원 중반
C : 1500만 원 이하
일반적으로 A 그룹 학교는 원어민 교사 비율이 100%에 가깝고, 훌륭한 시설과 높은 학업 성취도를 자랑한다. B 그룹은 시설과 학업 성취도 면에서 무난한 수준으로, 학비 대비 좋은 교육을 제공한다. C 그룹 학교는 상대적으로 낮은 퀄리티를 가진 경우가 많지만, 반드시 그렇다고 해서 학업 성취도가 낮거나 부정적인 경험만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점은, 학교의 학비와 퀄리티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A 그룹의 학교가 무조건 더 좋고, C 그룹의 학교가 무조건 나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어떤 학교는 학업에 더 집중하는 반면, 다른 학교는 스포츠나 예술에 더 중점을 둘 수 있다. 따라서 부모님과 학교의 교육 철학이 맞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학교를 선택할 때는 직접 방문하여 선생님의 태도, 학생들을 대하는 방식, 그리고 수업이 진행되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국제학교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으며, C 그룹에 해당하면서도 숨겨진 진주 같은 학교들도 분명 존재한다. 이를 찾는 게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말레이시아 대학교 프로그램
말레이시아의 대학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익숙하지 않은 특별한 제도가 있다. 바로 트랜스퍼 프로그램과 트위닝 프로그램이다. 트랜스퍼 프로그램은 말레이시아 대학에서 1~2년간 재학한 후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등지의 대학으로 전학하여 남은 1~2년을 공부하고, 최종적으로 해외 대학의 졸업장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트위닝 프로그램은 말레이시아에서 동일한 교육을 받으면서도 저렴한 비용으로 선진국 명문 대학의 학위를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는 말레이시아의 사립대학들이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의 대학들과 계약을 맺고, 연계된 해외 대학에서 교수들을 파견하여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트랜스퍼 프로그램
트랜스퍼 프로그램은 보통 2+1, 1+2, 2+2 등 다양한 구조로 제공된다.
구조에 따라 학업 기간의 일부를 말레이시아에서 보내고, 나머지를 해외에서 마치게 되어있다.
2+1 프로그램 : 말레이시아에서 2년 + 해외 대학에서 1년
1+2 프로그램 : 말레이시아에서 1년 + 해외 대학에서 2년
2+2 프로그램 : 말레이시아에서 2년 + 해외 대학에서 2년
트위닝 프로그램
3+0 프로그램 : 말레이시아에서 3년
인서울 4년제 대학,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만을 목표로 삼기보다는, 다양한 방법을 탐색하며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더욱 폭넓게 확장해보는 건 어떨까? 부모로서 우리가 다양한 대안을 알고 있을수록, 자녀 교육에 대한 불안감을 덜 수 있을 것이다. 트랜스퍼 프로그램과 트위닝 프로그램 모두 입학 조건이 본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월하며, 학비 절감과 국제적인 학업 경험을 동시에 제공하는 매력적인 옵션이다. 이 제도들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학위를 보다 효율적으로 취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세상은 넓고 선택할 길은 많다.
아이들이 반드시 한국의 대학에 진학하고, 한국에서만 취업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대문사진: Unsplash의Vasily Kolo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