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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드리머 Aug 26. 2024

쿠알라룸푸르에서, 내가 국제학교를 알아보게 될 줄이야

부자들만 다니는 줄 알았거든요


국제학교에 눈을 뜨다


 아이들이 다녔던 영어캠프에는 한국에서 온 학생들보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이미 국제학교를 다니고 있거나 국제학교 입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더 많았다. 심지어 베트남에서 국제학교를 다니다가 온 학생들도 있었다. 처음 캠프가 시작되기 전에 레벨 테스트를 통해 반 배정을 받았는데, 1호는 한 달이 지나고 나서 반이 두 단계가 올라갔다. 그 반에는 6명의 아이들이 있었는데, 1호를 제외한 모든 아이들이 국제학교 학생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1호가 물었다.

 "엄마! 나도 국제학교를 다닐 수 있어? 나랑 영어 실력이 비슷한데, 다들 국제학교를 다닌대. 솔직히, 내가 좀 더 잘하는 것 같은데.. (웃음) 우리 반에서 나 빼고 전부 국제학교 다닌다고 하니까 좀 궁금해지네."


Unsplash의Xavi Cabrera

 

 국제학교는 부의 상징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3개월 동안 쿠알라룸푸르에 머물면서, 엄마들과의 대화를 통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시설이나 원어민 교사 비율에서는 다소 부족할 수 있지만, 입시 결과가 좋은 국제학교도 한국의 학원비 정도로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한국에서는 국제학교에 다니는 사람을 아는 경우가 없었지만, 이곳에서 직접 다니고 있는 지인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니 나 역시 국제학교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마침 1호도 궁금하다고 하니 더욱..


"그럼 우리 한번 국제학교를 구경해 볼까?"





유학원 상담, 학교 검색


 쿠알라룸푸르의 국제학교를 검색해 보니 정말 많은 학교들이 나왔다. 국제학교 관련 글들을 꼼꼼히 읽으며 가능한 모든 정보를 수집했고, 엑셀에 나만의 방식으로 학교들을 정리하며 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학비, 입학금, 등록금, 원어민 선생님 비율, 한국인 학생 비율, ESL 과정 여부, 시설, 입시 결과, 전체 학생 수, 한 반 정원, 입학시험 난이도, 제2외국어 등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정보를 최대한 많이 찾아봤다. 국제학교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비가 상승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영국식 국제학교의 학년 편성 기준으로 6학년과 8학년이었다. 큰 아이 학년 기준으로 학비가 약 1200만 원 전후가 되는 학교들로 선택의 폭을 좁혔다.


 이후, 상세한 정보를 알기 위해 한국인이 운영하는 유학원 3곳에서 상담을 받았다. 예상하는 학비를 말씀드렸고, 그에 맞는 학교들을 추천해 주셨다. 공통적으로 규모가 크고 재단이 튼튼한 학교, 오랜 역사를 가진 학교를 선택하라는 조언도 받았다. 학교 답사는 평일, 아이들이 학원에 있을 시간이라 학원을 결석하더라도 함께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차가 없는 우리끼리 하루에 세 곳의 학교를 방문하는 것은 시간상 어려울 것 같아, 한 유학원 원장님께 비용을 지불하고 학교 답사를 요청했다. (하루에 세 곳을 방문하는 비용은 약 16만 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2023년 2월 기준) 내가 3곳의 학교를 선택했고, 학교의 동선을 고려해 학교 방문 시간 예약은 원장님이 대신해 주셨다. 우리는 아침 일찍 원장님의 차를 타고 학교 투어를 시작했다.


국제학교 답사

 

 학교를 방문했을 때 만난 직원들은 모두 말레이시아인이었지만, 영어를 원어민처럼 유창하게 구사했고 매우 친절했다. 동남아 특유의 악센트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없었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시설이었다. 수영장과 드넓은 초록 잔디에서 운동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이런 환경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부러웠다. 학교 내부를 둘러보니 화학, 물리, 생물로 나뉜 실험실부터 컴퓨터 교실, 로봇 등 IT 관련 교실이 세분화되어 있었다. 또한, 음악, 미술, 드라마 교실 등 다양한 예술 수업 공간도 잘 마련되어 있었다. 반면, 시설이 조금 떨어지지만 가성비 좋은 학교로 유명한 곳은 학업 성취도를 강조해서 설명했고, 우리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방과 후 수업들이 많았다. 2호는 자신이 좋아하는 방과 후 활동과 급식이 마음에 드는 학교를 선호했고, 1호는 가장 비싼 학비의 시설 좋은 학교를 좋아했다. 세 학교 모두 각각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어, 어느 학교가 가장 좋다고 단정 짓기 어려웠다.


 인터넷으로 학교를 검색하면서 학비, 원어민 선생님 비율, 한국인 학생 비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직접 투어를 해보니, 원어민 선생님이 아니어도 말레이시아 선생님들도 충분히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고, 처음이라 그런지 예상보다 시설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느껴졌다. 적지 않은 비용을 내는 만큼 기대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또한, 우리 아이들은 저학년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의 학업 성취도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제학교 학생들의 영어 수준이 궁금해 입학 테스트를 해볼까 했지만, 아이당 30만 원 정도로 비용이 비싸서 포기했다. 처음 학교 투어를 계획했을 때,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남편과 2호도 답사하는 내내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질문하며 예상치 못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투어 중에 설명해 주시는 학교 선생님의 영어 질문에 대답하는 아이들의 새로운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치앙마이 스쿨투어 후 이주까지  


 말레이시아는 부모 중 한 명에게만 가디언 비자를 주기 때문에 우리 가족이 이곳에서 국제학교를 다니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학교 투어를 하면서, 이제껏 생각해보지 못했던 가능성과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게 된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마치 내가 몰랐던 새로운 세상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었다. 아이들과 해외에서 관광을 다니면서 하루쯤 국제학교 투어를 해보는 것도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스쿨 투어를 마치고 나니, 다음 목적지인 치앙마이에서도 국제학교 답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색을 하던 중 우리가 머무는 주말에 '치앙마이 국제학교 박람회'가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치앙마이는 도시가 작고, 이미 답사 경험도 있었기 때문에 직접 가보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박람회에 가기 전에 미리 치앙마이 국제학교들을 조사해 두 학교로 선택의 폭을 좁혔다. 쿠알라룸푸르와 비슷한 학비 수준이었지만, 원어민 선생님 비율이 90%에 가까웠고, 시설도 훌륭했다. 박람회에서는 두 학교만 상담을 받았고, 투어 일정을 예약했다. 입학시험 비용이 10만 원 정도라고 들었을 때는 저렴하게 느껴져(쿠알라룸푸르 대비), 아이들의 동의하에 시험을 보기로 했다.


 하루에 하나씩 이틀에 걸쳐 입학시험을 보고 학교 투어를 진행했다. 미국식 학교는 컴퓨터로 영어와 수학 시험을 보고 결과가 바로 나왔지만, 영국식 학교는 영어, 수학, 과학 시험과 인터뷰까지 포함되어 있었으며, 결과는 일주일 뒤에 메일로 알려준다고 했다. 영국식 학교는 우리가 투어 한 5개의 국제학교 중 규모가 가장 작았고, 학년당 한 반뿐인 작은 학교였다(2023년 2월 기준, 지금은 두 반씩 운영). 치앙마이 내에서 국제학교보다는 사립으로 유명한 학교다. 처음에는 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학교라고 생각했지만, 투어 중 만난 선생님들의 다정한 인사와 밝은 표정, 아이들의 활기찬 분위기, 그리고 깨끗한 시설과 숲 속 같은 정원이 어우러진 이 학교는 우리 가족을 매료시켰다.


치앙마이를 떠나기 전날 밤, 1호의 한마디가 우리 가족의 인생을 바꾸었다.

"내가 만약 영국식 학교에 입학시험에 합격하면, 그 학교에 꼭 다니고 싶어."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뒤 합격메일을 받았고,

작년 7월 말부터 우리 가족은 현재 치앙마이에서 아이가 원했던 국제학교를 다니며 살고 있다.







⬇️ 치앙마이에서 국제학교를 다니면서 살고 있는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


https://brunch.co.kr/@free-dreamer/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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