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의도가 좋은 비지니스는 아니다_앨리앤로라

가로수길 노상에서 배운 동업의 언어

나의 대학 동기이자 인생의 소울메이트라 말하는 친구와 죽이 잘 맞았다.

말하기 않아도 통하는 것이 많았고 비슷한 취향을 공유하는 사이였기에 자연스럽게 동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첫 팝업이 끝난 직후, 얼마 되지 않아 바로 폐업 신고를 했다.


실패라고 부르기엔 너무 짧고, 성공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아픈 첫 창업 이었다. 그때 내가 배운 것 하나.


좋은 의도가 좋은 비지니스는 아니다.


우리가 창업을 하게 된 의도는 정의로움과 이로운 사회를 만들자는 아름다움에서 시작했지만 비지니스는 좋은 의도만으로 결과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목적과 본질을 지속 가능한 운영 언어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첫번째 창업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2010년 겨울,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사이


2010년 나와 친구는 좋은 기회로 같은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의류 업종의 브랜드 디자인팀에서 일하며 브랜딩과 디자인, 마케팅 운영 지원 등 브랜드의 메세지를 다듬어 리브랜딩을 하는 작업 등을 맡았다.


우리는 비슷한 사람이라고 말하면 부족할 정도로 비슷한 생각과 감각을 공유하는 느낌이었다. 자취방에서 좋아하는 영화들을 보며 나누는 대화들, 서로 좋아할 것 같은 사진들을 공유하고 말이 많지 않아도 괜찮은 그런 사이였다. 그래서 일을 하면서도 브랜딩과 디자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서 생각하는 부분이 놀랄만큼 같은 점이 많았다.


우리는 각자의 커리어와 삶에 대해 고민이 많았고 사회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 문제들을 디자인이라는 것을 통해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2010년 겨울, 동업을 시작했다.


시작은 우리만의 브랜드로 성공하고 싶다기보다 사회문제에 대한 초점이 컸다. 각박한 사회 속에서, 특별한 날에 감정을 팝업시킬 수 있는 그런 스토어를 만들고 싶었다. 이사를 가면 주변 이웃들에게 떡을 나누어 먹으며 서로의 경조사에 함께 울고 웃으며 정을 나두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사람들이 바쁜 삶을 이어가더라도 한 번쯤 멈추고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고 진심을 느끼고 사랑을 나누고 그 작업 감정들이 모여 하나의 문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그 것을 네 글자로 정리했다.


M.T.L.C

Mind 마음을 전하고 True 진심으로 느끼고 Love 사랑을 전하고 Communication 서로 소통하는


마음,진심,사랑,소통. 따뜻한 단어들로 만든 우리의 철학을 정리해나가며 더 확신이 생겼다. 그리고 우리의 영어 이름을 담아 앨리앤로라라는 브랜드 이름을 정했다. 브랜드 스토리와 우리의 철학을 담고 첫 번째 팝업 스토어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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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 가로수길 노상의 온도


첫 팝업은 발렌타인 데이를 겨냥했다.


우리는 진심을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직접 브라우니를 굽기로 했다. 그리고 패키지 디자인을 하고 카드와 메세지 카드를 제작했다. 퇴근 후에는 우리는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디자인 작업을 하였고 블로그를 개설해 우리의 브랜드에 대한 내용을 올리기 시작했다. 회사를 다니며 남는 시간에 준비한다는 것이 멋있어 보일 수도 있지만, 현실에서는 수면과 컨디션 저하로 쉽지 많은 않았다.그리고 발렌타인 데이 하루 전, 밤을 새서 브라우니를 구웠다. 손을 데이고 계속해서 뜨거운 판을 꺼내면서도 우리는 이상하게 웃고 있었다. 진짜 사업자를 내고 브랜드를 시작한다는 것에 대한 설레임이 가득했다. 주방은 따뜻했고 창문 밖은 차가웠다. 오븐에서 나오는 단 냄새가 옷에 배웠다. 패키지를 계속 접고 포장을 하며 어깨가 점점 굳어갔다. 다 팔릴 수 있을까? 라는 불안감이 컸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팝업 당일, 우리는 신사 가로수길 노상에 섰다. 추운 날에 노상에서 판매를 선택했던 것이 그때는 낭만과 열정이 가득했던 순간이었다. 입김이 흩어지고 손가락이 굳고 손님이 오면 웃으며 우리 브랜드에게 대한 소개를 웃으며 해야했다.


"안녕하세요? 앨리앤로라입니다. 사랑하는 분들에게 마음을 전하세요~!"


처음 한 두명은 그냥 쳐다보고 지나가기만 하다 한 분이 멈춰서사 패키지를 만져보고 카드를 들여다보고 브라우니를 구입해갔다. 그렇게 한 두개씩 팔리기 시작하며 브라우니를 시식해보고 맛있다고 사가시거나 패키지가 예쁘다고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맛이 너무 좋다며 재구매를 하는 분도 있었다.

마음 속으로 '그 봐! 하니까 되잖아.'라고 쾌재를 부르며 추운 날씨가 느껴지지 않을정도로 성취감이 가득했다. 우리는 준비한 것의 80%를 팔았다. 그 숫자가 들뜨게 했고 이대로 계속 준비해나가면 좋은 브랜드를 만들어갈 수 있겠다는 희망이 부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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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은 어렵지만 폐업은 쉽다


팝업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동업자이자 나의 소울메이트가 말했다. 그 날의 공기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는데, 내 심장은 괜히 빠르게 뛰었다. 친구가 먼저 말을 꺼냈다.


"나..회사랑 같이 못 하겠어."


목소리를 차분했고 드라마처럼 큰 갈등도 없었다. 나는 바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내 안에서도 비슷한 생각이 맴돌고 있었지만 열정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사업이라는 건 아이디어로 끝나지 않았다. 계속 시간과 자본, 노동을 갈아 넣어야했다. 팝업은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계속 이어져야 하는 비지니스였다. 우리는 사업 아이디어는 충분히 이야기하고 구상해나갔지만 운영을 위한 것을 깊게 고려하지 않았다.


-다음 팝업은 언제 열지

-투자 비용은 얼마로 시작하고 그 비용은 어디서 충당해나갈지

-누가 어느 부분을 담당하고 책임을 질지

-회사 일이 바쁠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우리는 그런 질문을 돈 이야기라고 꺼렸는지도 모른다. 따뜻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는데 현실은 정반대였다. 의도는 선하게 시작했지만 일정은 무섭게 다가왔다. 그리고 회사 일도 많았는데 평일 저녁과 주말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반복되는 압력이 한 사람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친구는 정말 큰 용기를 내서 말한 것이였고 나는 그 용기를 바로 받아주었다. 우리가 꿈꾸던 브랜드의 미래가 사라지는 것이 속상했지만 우리 사이까지 차갑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 날 우리는 오래 이야기를 했고 현실적인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첫 팝업 이후 빠르게 정리하고 폐업 신고를 했다. 그 결정은 서로에게 더 미안함이 커지기 전에 멈추려 선택한 결정이었다.




그 시절의 나는 오만했다. 감각의 오만. 내가 예쁘다고 좋다고 느끼는 것을 남도 예쁘다고 느낄 거라고 믿었다. 내가 좋다고 확신하는 의도는 사업에서도 그대로 통할 거라고 믿었다. 브라우니는 맛있었고 패키지도 예뻤고 사람들 반응도 좋았다. 그러니 계속 이어나가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비지니스는 한 번의 증명보다 지속가능한 운영이 더 중요했다. 특히 동업이라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첫 번째 창업을 통해 내가 얻은 세 가지는


1.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사람들이 똑같이 좋아해줄 거라 생각한 오만함


디자이너로서의 감각을 믿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시장이 원하는 것은 다르다. 고객이 우리 제품을 산 이유는 정말 스토리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가로수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예쁜 포장 때문이었을까? 이후 나는 디자이너로서 일을 하면서 이 부분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고객이 정말 필요로 하는 제품인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2.사업이라는 것은 아이디어만 있다고 쉽게 생각하고 뛰어들면 안 된다


우리는 아이디어와 스토리, 단단한 철학을 가지고 시작했다. 디자이너들이기 때문에 미적 감각도 뛰어났다. 하지만 경영자로서 사업을 운영하는 시스템은 없었다. 사업가로서 비지니스는 반복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일이하는 것을 배웠다. 이후 두 번째, 세 번째 창업에서는 아디어보다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고려하여 운영했다.


3.동업을 한다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진지하게 생각하고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같은 속도로 갈 수 없는 상태였다. 동업의 핵심은 비슷함이 아니라 다름을 이해하고 조정하는 기술이라 생각한다. 이때의 경험은 세 번째 창업에서 다시 동업을 하고 회사에서 협업을 하면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소통하며 조율해나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동업 언어로 바꾸는 도구

M.T.L.C -> O.T.L.C


이제는 일을 시작할 때 다음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며 일하고 있다. 우리는 M.T.L.C라는 철학이 있었지만 문제는 철학을 운영 언어로 번역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은 일을 할 때는 아래를 충분히 검토하고 생각하며 시작해보고 있다. 특히 동업을 하는 조건에서는 더 깊이 고민하고 시작한다. 서로 관계가 틀어지지 않고 오래 가기 위한 장치이다. 좋은 사람끼리 시작한 동업이 위험한 이유는 좋은 사람일수록 싫은 소리를 참다가 어느 날 갑자기 끝내버리기 때문이다.


O-Objective(목표) "3개월 안에 우리가 만들 결과는 무엇인가?"

-감정 목표말고 결과 목표(전환률 00%, 재구매 00%)로 적는다.


T-Time(시간) " 각자 주당 투입 가능한 시간은 몇 시간인가?"

-열정이 아니라 시간을 기준으로 목표를 줄이거나 설계를 바꾼다.


R-Resource(자원) "각자 투자 가능한 돈/장비/공간/네트워크는 무엇인가?"

-열정은 자원이 아니다. 자원은 숫자로 쓰며 가능한 손실도 포함한다.(적자 50만원까지, 새벽 작업 월 2회)


C-Conflict Rules(갈등 규칙) "힘들어졌을 때,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멈출 수 있는가?"

-중단 규칙을 미리 써두면 나중에 미안함이 덜하다. 중단 기준과 의사 결정 방식을 미리 협의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앨리앤로라는 내가 지키고 싶었던 브랜드가 아니라 내가 소진되지 않고도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방식이었나보다. 빠르게 폐업했지만 그 경험은 고스란히 내 안의 자산으로 쌓였다. 디자이너로서 타겟의 니즈를 확인하고 미적인 기준과 시장 감각을 분리해서 보는 눈, 모든 작업을 시간으로 환산하는 습관을 익혔다. 사업가로서 아이디어보다 시스텝을 먼저 설계하는 것, 좋은 의도를 O.T.R.C로 바꿔 생각하는 프레임, 서로 다름을 조정하는 기술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었다. 좋은 의도, 선한 의도는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좋은 의도는 시작이고 좋은 비지니스는 지속가능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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